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세력을 지원하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군사 공격을 시작했다. 전쟁의 배경에는 여러 정치·군사적 요인이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특히 총공급 측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충격 사례로 꼽히는 것이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다.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로 활용하면서 원유 가격을 약 4배까지 끌어올렸고,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전쟁은 아니었지만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역시 큰 충격을 안겼다. 이란 혁명으로 석유 생산이 크게 감소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1980년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업률이 10%를 넘어서며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공급 충격이 나타난 바 있다. 2020년에는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후 공급 차질과 수요 회복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2022년 초에는 배럴당 130~140달러에 육박했다. 이처럼 전쟁이나 공급 차질로 총공급이 감소하면 세계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이 발생한다. 다만 이러한 충격은 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 물가 역시 비교적 빠르게 안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중동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다. 3월 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이 반영되며 80달러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우리나라는 석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두바이유 비중이 높다. 두바이유의 주요 수송로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기 때문에 해협 봉쇄나 유가 상승이 발생할 경우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운송업과 해운업, 항공업, 도소매업 등 석유를 사용하는 산업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린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결국 서비스 가격과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같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중기·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비축유 활용과 세제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정부 약 40일분, 민간 약 30일분 수준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류세 인하를 최대 37%까지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더라도 석유제품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는 약 300원 정도 낮아지는 효과에 그칠 수 있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경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는 정유사와 판매업자의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에는 공급망 다변화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저유황 경질유인 반면 두바이유는 고유황 중질유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운송비와 정제 구조 등을 고려해 일부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구조 전환이 핵심 과제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 원자력 역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산업 기반을 고려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중동 사태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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