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값·규제에 막힌 30대 "경매로 눈 돌렸어요"

  • 동부지법 100석 꽉 찼다...15억 이하 서울 아파트에 응찰 집중

1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101호 경매 법정 사진이은별 기자
1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101호 경매 법정. [사진=이은별 기자]

대출 규제와 집값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 30대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일반 매매 진입이 까다로워지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경매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경매 시장 전반은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15억원 이하 한강벨트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치열한 응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방법원 101호 경매 법정은 기일 변경 및 사건 취하 등 입찰 취소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게시판 앞부터 붐볐다.

입찰 마감 시각인 오전 11시 10분이 다가오자 100석 규모의 법정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는 서서 입찰을 준비했다. 개찰이 시작되자 법정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낙찰 여부와 가격이 발표될 때마다 탄성과 한숨이 교차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네.” 60대 남성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실제로 이날 법정에는 신혼부부를 포함한 30·40대 응찰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30대 신혼부부는 “집값이 비싸 경매로 눈을 돌렸다”며 “오늘 벽산아파트에 관심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2명은 경매 학원에서 만난 지인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경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매는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매의 최대 관심사는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아파트 전용 85㎡였다. 감정가와 최저매각가가 11억4000만원으로 동일한 ‘신건’임에도 19명이 몰리며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결국 이 물건은 감정가보다 약 5억5000만원 높은 16억8999만원에 낙찰됐다.

송파구 풍납동 잠실올림픽공원아이파크 전용 85㎡은 감정가 21억500만원에서 단독 응찰로 21억9842만원(104.44%)에 낙찰됐다. 송파구 거여동 송파위례리슈빌 전용 63.47㎡도 감정가 19억300만원에서 19억5100만원(102.52%)에 낙찰됐다. 한강벨트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응찰 경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2주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12건으로 전주(230건) 대비 약 36% 증가했다. 낙찰률은 37.8%로 전주보다 6.1%포인트 하락했지만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1.3%로 오히려 상승했다. 낙찰가율 역시 89.5%로 전주 대비 3.0%포인트 올랐다.

최근 경매 시장에서는 30대 비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앱 집품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경매 매수인 중 30대는 85명으로 40대(61명), 50대(47명)를 앞서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1월 76명에서 한 달 새 증가한 수치다.

경매 수요 확대는 단순한 투자 수요 증가라기보다 일반 매매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실수요가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경매 역시 대출이 가능한 구조지만 잔금 기한이 짧고 감정가 기준으로 적용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실거주 의무나 허가 절차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30대 유입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경기·인천은 40·50대 비중이 더 높아 지역별 차이도 나타났다. 경기도는 50대(66명)와 40대(63명), 인천은 40대(49명) 매수인이 가장 많았다.

강은현 경매연구소 소장은 “생애최초·신혼부부의 대출 조건이 유리해 30대 유입이 늘었다”면서도 “가격이 하락할 경우 30대도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어 향후 참여 지속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