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인정감정평가 제도가 시행 1년도 채 되지 않아 보완 논의에 들어갔다. 감정평가액 산정 기준을 보수적으로 낮춘 결과, 건설임대사업자들의 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는 지적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인정감정평가 제도 개선을 위해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주택임대인협회 등과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정감정평가 제도는 지난해 6월부터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HUG가 지정한 감정평가법인이 주택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전세보증금반환·모기지·임대보증금 보증 심사에 활용한다.
문제는 평가액이 시장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데 있다. 현장에서는 감정평가액이 시세 대비 낮게 책정되면서 보증 갱신이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사업자는 추가 담보를 확보하거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이는 곧 금융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부담이 임대보증금 반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업 지연 사례도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사업에서 인정감정평가 탓에 인허가·착공·입주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실제 중랑구 한 청년안심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이 지연되면서 준공 이후에도 입주자 모집공고가 수개월 미뤄졌다. 감정평가액이 기존보다 15~20% 낮게 책정되며 LTV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보증보험 갱신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건설사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삼일건설은 올해 1월 법인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인정감정평가 제도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법인 임대사업자도 담보 책임이 커지면서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주건협이 160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인정감정평가를 적용할 경우 가구당 평균 4886만원, 총 3조8300억원(7만8410가구)의 추가 보증금 반환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용 방식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본다. 주건협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와 HUG에 임대보증금보증용 인정감정평가를 ‘담보취득용’이 아닌 ‘일반거래용’ 기준으로 적용해 시세 반영도를 높여달라고 건의했다. HUG가 감정평가법인을 직접 지정하는 현 구조 대신 감정평가사협회를 통한 제3자 추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여기에 규제 환경도 더 강화될 전망이다. 오는 7월부터는 신규 임대사업자에 적용되던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 보증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126% 룰'이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까지 확대 적용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공시가격 반영 비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의 보증금 반환 여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도 시장 현실을 반영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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