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미국 현지 시간으로 4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침공 한 달째를 맞이하여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2~3주 안으로 종전을 확신하면서도 종전 협상이 이란의 거부로 종결되지 않으면 정유소, 발전소 등 이란의 인프라를 계속 공격해 ‘석기 시대’의 나라로 만들어 버릴 의지도 밝혔다. 그의 발언이 모순적이어서 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지상군 투입도 불가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종전 협상이 결렬됐을 때 그의 선택지는 대폭 축소될 것이다. 조기 종전이 되었든, 그의 전쟁 목표가 되었든 미국은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않으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위상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그야말로 미국은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의 담화에 앞서 3월 31일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파키스탄 외교 장관과 공동으로 이란 전쟁 중재안 5개를 제시했다. 중국이 중동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중재자로 나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의 안이 상당히 외교적이어서 과연 어느 정도의 효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미국의 침공을 중재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안의 교집합을 찾기 힘들다. 이는 미국의 침공 목표와 중국의 중재 동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종전이 미국의 독자적이고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의 방식에 따라 전쟁을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자유 국제질서의 주도권 수호를 위함으로 정당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과 파키스탄이 중재안을 공동으로 착안한 데는 나름의 동기가 있어 보인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중동 문제에서 적지 않은 중재자나 그 일원으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대통령 시기에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게다가 2015년에 다자의 노력 결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핵심 내용으로 한 핵 합의(JCPOA)를 이끌어 냈다. 2023년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 회복을 중재했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저명한 시아파 무슬림 학자를 처형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면서 두 나라는 단교한 상황이었다. 2024년에는 파타(Fatah)와 하마스(Hamas)를 포함한 14개 팔레스타인 정파 지도자들의 회담을 주최했다. 이 회담을 통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를 통치할 민족 통합 정부를 구성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중국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펼쳐왔고, 나름의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한 경험이 적지 않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중국의 국익과 전략 이익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이란과 향후 25년 전면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이 기간에 중국이 이란에 약속한 투자금은 4000억 달러다. 주지하듯, 중동은 중국의 중대한 에너지 수입원 중 하나다. 특히 이란의 경우 중국의 원유 소비량 중 12%를 충족시켜 준다. 가령 2025년에 중국이 하루에 약 14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자료에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 원유 시장 관찰 기관 (케이플러 등)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중 80~90%를 중국이 수입하는 중이다. 25년 동반자 관계 합의에 따라 중국은 국제 유가보다 더 저렴한 배럴당 8~10달러의 가격에 이란의 원유를 구매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중국에 운송된 원유량도 하루 약 540만 배럴이었다. 마냥 수월해 보이던 이란의 원유 공급망이 미국의 침공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의 대안으로 중국은 러시아에서 원유를 추가 구매하기로 올해 초에 결정했다. 올해 1월과 2월 중국의 추가 수입분이 하루 약 30만 배럴 이상이지만 이 또한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부족분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이 이 수준 이상 수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러시아의 생산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이를 중국에까지 수송할 수 있는 수송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송유관은 이미 포화 상태다. 유조선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이를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러시아가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전쟁의 장기화는 중국의 경제 이익뿐 아니라 전략 이익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의 방증이 지난 3월 초 중국 ‘양회’의 정부업무보고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4.5~5%로 하향 조정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중국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4%대의 성장률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의 5가지 중재안이 제출되었다. 중국이 파키스탄을 선택한 이유는 파키스탄이 미국의 대이란 종전 15개 항을 이란에 전달하는 소통 채널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미국과도 전략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제시한 중재안은 우선 이란 전쟁 관련국이 적대적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모든 전쟁 피해 지역에 인도적 지원의 허용도 요청했다. 둘째, 조속한 평화 회담 개시이다. 최대한 빠른 평화 회담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란과 걸프국가들의 주권, 영토 보전, 국가적 독립 및 안보가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대화와 외교만이 갈등 해결의 유일하고 실행 가능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국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하고 평화 회담 중에는 무력 사용이나 무력 위협을 자제할 것을 덧붙였다.
셋째, 비군사적 목표물의 안전 보장이다. 군사적 갈등 상황에서도 민간인이 보호되어야 하는 원칙을 강조한 대목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분쟁 당사국들이 민간인 및 비군사적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인도법(IHL)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에너지, 담수화 및 전력 시설을 포함한 주요 기반 시설과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평화적 원자력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의 중단을 주문했다.
넷째, 항로의 안전 보장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그 인접 해역은 상품과 에너지를 운송하는 중요한 글로벌 항로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당사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보호하고, 민간 및 상업용 선박의 조속하고 안전한 통행을 허용하며, 가능한 한 빨리 해협의 정상적인 통행 복구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유엔 헌장의 우선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다자주의에 기반하여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 및 국제법에 따라 포괄적인 평화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한 협정 체결을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이상의 5개 안을 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보장만이 미국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어 보인다. 이 밖의 것은 종전을 위한 이상적이고 외교적인 요구로 전쟁 당사국의 동기와 목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문제는 중국의 중재 노력이 미국의 이란 침공 목표나 글로벌 전략과 접점이 없어 보이는 데 있다. 트럼프의 이란 침공의 목표와 목적은 작전 개시 때부터 명확했다. 3월 2일 침공이 시작된 날 그는 자신의 SNS 계정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이란의 미사일 능력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의 신형 미사일 생산능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둘째, 이란의 해군과 해군력을 궤멸시키는 것이다. 셋째, 세계 제1의 테러 지원국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넷째, 이란 정권이 해와 테러 세력에 무기를 공급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지휘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 모든 것을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조치로 무력 공세를 판단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설정하지 않은 사실이다. 3월 31일까지 부통령, 국무장관, 전쟁장관, 합참의장,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 등 그의 참모들도 이구동성으로 트럼프의 침공 목표를 재확인했지만 정권 교체를 언급하진 않았다.
대이란 침공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3월 24일 이란에 종전 및 평화 협상안을 제시했다. 협상 의제는 15개 안건으로 구성됐다. 이스라엘의 언론 보도(채널 12)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요구 사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측이 제시한 이란의 의무 조항과 이란이 수용했을 시 미국의 보상(?) 제공이다. 우선 미국 측이 이란에 수용 주문한 사안은 △이란의 핵 능력 해체 △모든 우라늄 농축 중단 △핵무기 보유의 영구적인 중단 △기존 농축 우라늄의 반출 금지 △핵시설(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등) 해체 등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모든 능력과 시설 포기 △중동에서 동맹 세력에 대한 자금 및 무기 지원 중단 △국제수로로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미사일 생산 및 그 사용을 자위로만 엄격히 제한 등이다. 미국의 협상 대가는 △이란 제재의 완전한 해제 △위반 시 유엔의 제재 재부과가 가능한 스냅백 제도의 제거 △남부 부샤르에서 민수용 핵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지원이다.
미국이 제안한 조건을 보면 더 이상 이란 정권이 중동 지역에서 불안을 조장하는 요소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결의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건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지상군의 투입은 결정적이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종전 상황에서 실제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들 조건의 이행을 감독·관리하기 위함이다. 사찰도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종전이 아닌 상황에서 이란의 저항이 지속되고 미국이 목표를 강압적이고 인위적으로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자명한 이유다. 미국이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중동 지역에 권력 공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를 피하고 전쟁의 목표, 즉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라도 목표 달성은 관건이다. 그러면 담화문에서 트럼프가 밝혔듯이 의도치 않은 정권 교체를 기대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북한, 이란과 핵 협상 실패를 경험한 미국이 무력 해결 방식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한 가지다. 작년에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을 용납하지 못하고 척결할 것을 선언했다.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와 정권 교체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도 보장된다는 논리가 복선에 깔려 있다.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유지하는 몫은 동맹과 원유 수입국으로 단정했다. 여기에 중국도 포함된다. 미국의 보호 없이 생존해 보라는 경고다. 중국이 이에 얽매이게 되면 미국으로선 다음 압박 타깃인 중국을 더 쉽게 요리할 수 있다. 우리의 국익과 전략적 선택도 기로에 설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행보를 표면적으로 이해하기보다 포석을 꿰뚫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