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중동사태 대응을 위한 추경과 에너지 안전망 강화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5주를 넘어가고 있다. 두바이유는 개전 전 배럴당 72달러에서 한때 169달러까지 치솟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은 사실상 막혀있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조달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과거 어떤 에너지 위기보다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

유가가 오른 것에 그치지 않고, 공급 자체가 지정학적 변수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이러한 충격은 제조업 생산비, 물류비, 소비자 물가를 거쳐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전파된다. 정부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6.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으며, 여기에는 상당한 비중의 에너지 관련 예산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추경에서 주목할 점은 에너지 위기 대응이 단순한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안전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는 전국민, 서민층, 취약계층을 구분하여 석유 최고가격제와 대중교통 환급, 고유가 피해지원금, 에너지바우처와 면세유 지원을 예정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일률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던 과거의 대응과 비교하면, 소득 및 지역 특성에 따라 차등화된 지원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은 고유가 충격이 지방과 농어촌에 더 크게 나타난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K-패스 환급률의 한시적 상향은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석유 수요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재정 지원과 차별화된다.
 
이번 추경에서 강조하는 에너지 안전망 구축은 최종 소비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산업 부문의 원료 공급도 차질이 없도록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계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따라 가계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고유가로 촉발되는 1차 산업 생산비 상승을 완화하기 위하여 농어업인에 대한 유가연동 보조금, 영세 화물선사를 위한 선박용 경유 최고가격제, 축산농가 사료 구입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핵심 제조업인 석유화학산업에 나프타 수입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핵심광물 재자원화 시설 확충 및 요소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에너지 안전망 강화를 위한 추경은 에너지 위기의 근본적 원인인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을 확대하고, 햇빛소득마을을 150개소에서 700개소로 확산하며,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보급과 AI 분산형 전력망 조성 등 에너지 전환 예산이 추경에 포함된 것은 주목할 점이다.

또한 전기화물차 추가 보급이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히트펌프 보급 지원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정책의 기본방향과 일치한다. 이처럼 단기적인 위기 대응에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적인 에너지 안전망 강화를 같이 고려한다는 점도 이번 추경의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추경이 정부에서 의도한 효과를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편성도 중요하지만 예산의 집행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실제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적합한 목적과 적절한 시점에 집행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추경에서 의도한 결과를 충분하게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중동전쟁 및 화석연료 수급 위기에서 시작된 추경이지만 에너지 안전망 강화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추경을 계기로 구축하는 에너지 위기 대응 정책과 시스템은 앞으로 더 큰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안전망 강화는 에너지 전환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의 성격으로 에너지 전환이 완성되기까지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의 에너지 안전판을 공고히 하는 의미 있는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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