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포스트 워(Post War), 닥쳐올 5가지 구조적 변화
벌집을 쑤셔놓고 달아난 세기의 사건이 일어났다. “Stir up a hornet's nest.”라는 표현은 큰 소동이나 논란을 일으켜 놓는다는 관용어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전쟁을 일으켰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십억 인류를 공포에 내몰았다.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국채금리는 치솟고, 세계증시는 무너져 내렸다. 4월 1일 밤 9시(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시작했다. 종전 선언을 기대했던 인류는 대반전의 연설을 들었다. “앞으로 2~3주 동안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용 국가들이 스스로 해결하라.” 벌집을 쑤셔놓은 자가, 해결할 고민도 없이 다른 나라들에 문제를 전가해 놓고 달아난 것이다.
전쟁이 불러온 구조적 변화
폭풍은 지나가지만, 폭풍이 지나고 난 자리는 그대로일 수 없다. 전쟁은 끝나겠지만, 세계 경제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법하다. 즉, 전쟁이 끝나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마치 코로나19는 지나갔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일들이 있듯 말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들어간 이때, 전쟁 이후 나타날 구조적 변화를 주목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첫째, ‘불안한 평화(a fragile Peace)’의 시대에 놓일 것이다. 2022년에 발발한 러-우 전쟁은 끝나지도 않은 채, 2026년 중동전쟁이 맞물렸다.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렸고, 세계 80억 인구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채 긴장감이 잦아들 새 없다. 중동전쟁이 4월 안에 종식된다고 하여도, 이란의 강경파 집단이나 반미 국가들의 보복성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절대적이다. 즉, 테러를 광의의 전쟁이라고 분류한다면, 종전 선언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를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고, 무기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움직임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세계 주요국들은 국방비 지출액을 증액해 왔다. 2026년 중동전쟁 이후에도 사용하거나 파괴된 무기체계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방위산업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OECD 주요국별 GDP 대비 국방비 지출액 비중
둘째,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증폭될 것으로 전망한다. IMF, OECD, 세계은행(World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글로벌화(Globalization)가 멈추었다고 판단했다. 지경학적 분절화가 이미 시작되어 세계 경제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으며, 2025년 시작된 트럼프 발 관세전쟁과 2026년 중동전쟁은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다. 실리주의에 편승해 기존 동맹국 간의 긴밀한 연대가 해체되고 있다. 200여 개 나라가 하나의 지구본을 구성하는 양상이 아니라, 수많은 블록들(Blocks)로 흩어지는 양상이 될 것이다. 세계 교역이나 공급망이 단절되고, 내수경제 혹은 블록경제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Trade-Policy Activity Index
셋째, ‘고비용 시대(Age of high costs)’가 온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공급망 차질이 뒤따른다. 기존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원자재나 부품 수급처를 이동한다는 것은 비용이 상승함을 의미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더 저렴하게 공급되는 광물·식량·에너지 자원을 찾아 뻗어나갔다면, 분절화 시대에는 안보를 우선시하며 국산화 노력을 집중하게 되고 비용 상승을 수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희토류를 가장 저렴하게 공급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멈추고, 자국 혹은 우방국에서 몇 배 비싸게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는 움직임이 있다. 더욱이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하게 될 경우, 세계 주요 초크포인트들도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고, 해상운임 및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AI가 보편화하면서 생산성이 증대되고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이를 다소 상쇄시킬 수는 있으리라 본다.
넷째, ‘에너지 전환의 시대(Era of Energy Transition)’가 온다. 2026년 심각한 에너지 공급 쇼크를 경험한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에너지 체계의 구조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EU 회원국들은 리파워EU(REPowerEU)라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위한 의제를 수립했다. 당시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극심한 에너지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의 고충을 겪었다.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에너지 수입처를 다른 나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실제, 2022~2025년 동안 EU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급감한 바 있다.
리파워 EU(REPowerEU)
European Commission(2022.5).
2026년의 중동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는 원유 공급부족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재촉시켰다. 이미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요국들은 에너지 수급 전략을 전면 개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던 터였다. 2026~2027년 동안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등의 행보가 세계적인 정책과제가 되는 모습이다. 한편 원유 수급 다변화도 동시에 추진될 것이다. 중동산 원유에 편중된 구조가 취약점으로 드러난 데다, 미국의 무역수지 균형에 대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취지에서 미국산 원유 의존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미국 원유 수입 추이
다섯째, ‘저성장 고착화(entrenchment of low growth)’ 국면에 놓였다. 최근 세계 경제는 나름의 회복할 기회에 놓일 때마다 거스를 수 없는 변수를 만나고 있다. 2019~2020년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 팬데믹이 닥쳤고, 2022년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던 국면에 러-우 전쟁이 찬물을 끼얹었다. 2026년에는 관세전쟁의 경기 하방압력을 AI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되던 기점에 중동전쟁이 경로를 꺾어 놓았다. 결국 세계 경제는 장기 평균 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저성장 국면으로 굳어져 버렸다. 지정학적 불안과 보호무역주의 및 고비용 압력 등은 세계 경제를 고성장 국면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게 길을 막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중동전쟁 전후 세계경제 경로의 변화
포스트 워(Post War)를 준비하라
전쟁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전개될 구조적 변화는 그림 그릴 수 있다. 전쟁은 막을 수 없지만, 변화에 대응할 수는 있다. 세계 국제기구나 주요 기관들이 중동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많이 작용할 국가로 한국을 꼽은 바 있다. (1)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2)석유 의존도가 높고 (3)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서다. 해결책은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1)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2)석유 의존도를 낮추며 (3)미국 등의 원유로 수급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전쟁 이후 수요가 어디에 집중될 것인지를 포착하고 산업적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러-우 전쟁과 중동전쟁이 끝나면, 에너지 시설 및 각종 인프라 재건 사업이 급격히 확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한 석유화학 플랜트, 해양 플랜트 및 도시건설 프로젝트 이력들을 활용하고, 외교당국과의 협업을 통해 수주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재건 사업에는 ICT 및 AI를 적용하는 첨단화가 동시에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테크기업들과의 협업 및 컨소시엄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방위산업은 한국의 미래산업이라 선정할 만하다. 전쟁을 치른, 또는 참전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진되고 파괴된 무기체계를 빠르게 보완하려는 행보가 집중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하는 움직임이 분주히 일어나고 있어 방위산업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의 향후 과제는 첨단화다. 모든 무기는 AI와 만날 것이기 때문에, 전통 방산 기업들이 AI 기술을 확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방산 기업들은 기술 기업들과 전략적 M&A를 시도하는 것도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