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불안정한 평화협정, 또 시작된 주말 희망고문

중동 정세를 둘러싼 ‘주말발 평화 기대’가 또 고개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이란전이 “꽤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고, 이란과의 협상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2주 휴전에 합의한 뒤 핵 보유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고 있다고 한다. 휴전 시한은 21일까지다. 겉으로만 보면 전쟁이 출구를 찾는 듯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잦아지면 신호의 신뢰는 떨어진다. 지금의 국면 역시 전면적 종전이 아니라 시한부 휴전과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는 협상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첫 대면 협상에서도 팽팽한 이견만 확인됐을 뿐이다. 

말과 행동의 괴리가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전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강경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 군 수뇌부는 봉쇄 대상을 “모든 선박”으로 넓히고, 중동 밖까지 추적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협상을 말하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이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일 수는 있지만, 시장과 국제사회에는 평화의 신호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연장으로 읽힌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 휴전도 구조는 다르지 않다. 16일 발효된 이번 합의는 78년 적대 관계에 균열을 내는 계기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취약하다. 레바논 정부가 동의했다는 발표와 달리, 실제 교전의 핵심 당사자인 헤즈볼라는 즉각 조건을 내걸었다.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가 전면 중단되지 않거나, 레바논 영토 내 이스라엘군 주둔이 지속될 경우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휴전이 발효됐다고 해서 충돌의 동력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헤즈볼라가 배제된 상태에서의 평화 논의는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낮다. 1983년 평화 합의가 무너졌고, 1993년 미국 주도의 시도도 실패했다. 2024년 합의 역시 무장 해제와 철수, 공격 중단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휴전도 그 연장선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란 문제와 레바논 전선이 서로 다른 궤도로 움직인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란은 레바논 휴전이 미국과의 휴전 합의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이를 별개의 사안으로 선을 긋고 있다. 같은 합의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에서는, 단 한 번의 군사 행동이나 정치적 발언으로도 휴전의 의미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 내부 사정 역시 상황을 단순하게 두지 않는다. 공화당 내에서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미 휘발유와 비료 가격 상승을 체감하고 있고, 에너지 비용 급등은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어제 끝났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조기 종전 압박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이처럼 정치적 필요와 군사적 현실이 엇갈리면서 동일한 장면이 반복된다. 전쟁은 빨리 끝내야 하지만,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압박은 지속해야 한다. 휴전 소식은 필요하지만, 이해당사자 전부를 묶는 합의는 어렵다. 그 결과 시장에는 매번 “이번 주말이 고비”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안도와 긴장이 교차하는 패턴이 되풀이된다. 이것이 지금의 ‘주말 희망고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낙관이 아니다. 누가 합의의 당사자인지, 무엇이 실제로 멈췄는지, 어떤 군사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해당사자를 포괄하지 못한 휴전, 조건이 충돌하는 합의, 정치 일정에 좌우되는 외교는 오래가기 어렵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완성된다. 그 구조가 갖춰지지 않는 한, ‘주말의 희망’은 다음 주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AC 호텔 심포니파크에서 열린 ‘팁 비과세No Tax on Tips’ 정책 관련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AC 호텔 심포니파크에서 열린 ‘팁 비과세(No Tax on Tips)’ 정책 관련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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