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오세훈·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정책승부를 기대한다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대진표가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18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후보로 선출했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과 본선을 치르게 됐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3연임이자 총 5선에 도전하게 됐다. 정 후보는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를 책임질 실력”으로 경쟁하자고 했고, 오 시장은 이번 선거를 “정권 폭주를 막을 마지막 제동장치”라고 규정했다. 양측 모두 일찌감치 강한 말로 맞붙기 시작한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의 본질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여야의 간판을 앞세워 싸우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자리다. 서울시민이 시장에게 바라는 것은 정권 심판의 선봉장도 아니고, 차기 정치 일정을 위한 발판도 아니다. 출근길을 덜 고단하게 만들 사람, 집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사람, 아이 키우기와 노후 생활의 불안을 줄여줄 사람, 도시의 활력과 안전을 함께 책임질 사람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이 상식을 놓치는 순간, 선거는 시끄러워져도 시민 삶은 남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은 분명 강점을 가진 후보다. 현직 시장으로서 행정 경험이 있고, 서울시 정책을 실제로 집행해 본 이력이 있다. 주택 공급, 재건축·재개발, 도시 경쟁력, 관광과 투자 유치 같은 의제를 꾸준히 앞세워 왔다. 이번 후보 수락 뒤에도 “집 있는 서울”, “이동권 격차가 없는 서울”, “관광이 성장인 서울” 등을 제시했다. 경륜과 인지도 면에서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경험은 곧바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오래 시정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평가받아야 할 시간도 길었다는 뜻이다. 시민은 앞으로의 약속만이 아니라 지난 임기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묻는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정원오 후보 역시 분명한 장점이 있다. 기초단체장으로서 생활 행정 경험을 쌓았고, 이번 선거를 ‘정책 경쟁의 공론장’으로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 이는 방향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서울은 기초지방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도시다. 교통과 주거, 복지와 안전, 산업과 문화, 환경과 균형발전이 동시에 얽혀 있다. 작은 단위의 성과를 서울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지, 생활 밀착 행정을 광역 행정의 비전으로 키울 수 있는지가 검증돼야 한다. 정 후보가 넘어야 할 문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선거의 초점이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서울을 “정권 폭주를 막는 마지막 제동장치”라고 했고, 정 후보 측은 이를 두고 “서울시장이 아니라 당권·대권을 겨냥한 정치적 출사표”라고 비판했다. 서로 말은 다르지만, 둘 다 서울시민보다 중앙정치를 먼저 불러낸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이런 구도가 굳어지면 선거는 시끄러워지지만 서울의 핵심 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시민은 정치의 격전장이 아니라 생활의 해답을 원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진짜로 다뤄야 할 의제는 분명하다. 첫째는 주거다. 공급 확대를 말하든, 정비사업 속도전을 말하든, 공공성을 강조하든 결국 시민이 묻는 것은 하나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집값과 주거 불안을 낮출 것인가. 둘째는 교통이다. GTX와 도시철도, 버스 체계, 도심 혼잡, 외곽 접근성,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까지 서울의 교통 문제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 셋째는 성장이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AI와 콘텐츠, 관광과 서비스, 청년 일자리와 창업 생태계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있어야 한다. 넷째는 복지와 안전이다. 고립 청년, 돌봄, 기후 재난, 생활안전, 취약계층 보호는 보여주기식 구호가 아니라 행정력의 본질이다.



서울시장은 대통령과 싸우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에 무조건 맞추는 자리도 아니다. 필요한 곳에서는 협력하고, 시민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분명히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대립만 앞세우면 시정은 공전하고, 협력만 내세우면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가 약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적 소음이 아니라 행정적 결과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느냐다.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은 ‘왜 다시 자신이어야 하는지’를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정원오 후보는 ‘왜 서울을 맡길 수 있는지’를 비전과 실행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둘 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힘을 쏟을수록 정작 자신이 보여줘야 할 것이 흐려진다. 서울시민은 이미 충분히 많은 정치 구호를 들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의 전쟁이 아니라 생활의 경쟁이다.



서울은 어느 정치인의 실험장이 아니다. 어느 정당의 상징 전장도 아니다. 천만 시민이 매일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서울시장 후보라면 먼저 이 기본부터 되새겨야 한다. 시민 위에 정치는 없고, 삶보다 큰 구호도 없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진정 의미를 가지려면, 누가 더 서울시민을 위한 시장인지로 승부해야 한다. 그 상식이 선거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기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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