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號 한국은행 출범…물가 상방 속 성장 하방압력 '이중 부담'

  •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의 첫발을 내디뎠다. 인사청문회 과정의 난항 끝에 출근길에 오른 신 총재는 고물가와 저성장 우려가 고개를 드는 복합 위기 국면에서 중앙은행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날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신 총재는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교한 정책을 예고했다. 이는 급변하는 대외 상황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0%를 밑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며 비용 인상 압력을 키우는 점이 난제로 꼽힌다. 신 총재는 이러한 대내외 여건에 대해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며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진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신 총재를 ‘실용적 매파’로 분류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신 총재는 “매파냐 비둘기파냐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전체 흐름을 읽고 금융 제도와 실물경제 간 상호작용이 어떤 효과를 자아냈는지 파악한 뒤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물가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정책 대응 필요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동 리스크가 계속돼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면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주문했다.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건전성 지표에만 의존해서는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시장 가격지표를 적극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며, 금융기관의 부외거래와 비전통 금융상품 등으로 분석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화의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혁신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신 총재는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통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과제로 꼽았다. 또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임 이창용 총재가 강조했던 한은의 사회적 역할과 구조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부동산 및 가계부채 문제 등 여러 구조적 문제는 통화정책 운영 여건을 이루는 핵심 변수”라며 “한은의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 제언이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이라는 고유 권한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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