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의 미술마을 正舌] 입장료? 진짜 문제는 '돈'보다 '운영체계'

  • 양날의 검, 무료와 유료 사이

  • 수익성과 접근성의 상관관계

  • 미술관·박물관 재정과 입장료

  • 먼저 '벌어 쓸' 수 있는 거버넌스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사진정림건축 누리집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사진=정림건축 누리집]
 
양날의 검, 무료와 유료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박물관의 입장료 부과를 둘러싸고 설왕설래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에 앞서 어떤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박물관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 특히 미술관·박물관의 설립 목적과 비영리, 공공성이란 운영원칙 그리고 예술 경영 측면에서 수입과 지출 그 이상의 지속 가능한 재정적 환경을 위한 심도 있는 분석과 논의, 고민보다는 관람객이 많아 혼잡하니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이유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결정될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럼, 입장료 징수를 두고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입장료를 둘러싼 논쟁의 쟁점은 우선 많은 이들에게 문턱을 낮추어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자유로운 입장 즉 무료입장은 추구할 만한 이상적인 공동체의 목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더 나은 양질의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제공을 위한 재원확보와 함께 무료입장이 재정적 안정성을 위협해 종국에는 문을 닫게 된다면 결국 관객, 주민들의 손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미술관·박물관이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하며 입장료가 운영비 충당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볼티모어 월터스 미술관 사진WIKIMEDIA
미국 볼티모어 월터스 미술관 [사진=WIKIMEDIA]
사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미술관·박물관의 입장료를 없애면서 관람객이 늘어나 절약된 입장료를 기념품, 식음료, 회원권 등 다른 곳에서 사용해 입장료 손실을 상쇄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 무료입장 후 더 이상 돈을 쓰지 않아 재정적 손실을 보전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6년 무료입장 정책을 시행한 미국 볼티모어 월터스 미술관(The Walters Art Museum)은 관람객이 45% 증가했다. 특히 소수 인종 관람객 비율이 세 배로 늘었지만, 더 이상의 지출을 꺼려 수입은 늘지 않았다. 볼티모어의 또 다른 주요 미술관인 볼티모어 미술관(Baltimore Museum of Art, BMA)도 월터스 미술관과 동시에 무료입장을 시행했으나, 장기적인 결과는 두 미술관 모두 수입이 증가 또는 유지되지 않았다. 이들 두 미술관은 무료입장 시행 후 첫 1년 정도는 관람객 수가 증가했다. 그후 코로나 시기이긴 하지만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이후 두 미술관 모두 방문객 수가 감소해 월터스 미술관은 18.6%, 볼티모어 미술관은 1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한번 발길을 끊은 관객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은 여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전 관장(2015~2023년)이자 현 필라델피아 미술관 관장 겸 최고 경영자(CEO)인 다니엘 와이스(Daniel H. Weiss, 1957~)는 “전국적으로, 입장료를 없앤 미술관·박물관의 방문객 증가는 미미했거나 아니면 없었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미술관·박물관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고 하면서 이 두 가지 의무는 서로 상충하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MET의  내고 싶은 만큼 내는 정책 입장료정책에 따른 권장입장료 안내문
MET의 내고 싶은 만큼 내는 정책 입장료정책에 따른 권장입장료 안내문
 
수익성과 접근성의 상관관계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미국의 저명한 거시경제학자로 경제 및 전략 컨설팅 기업 유한회사 다이내믹 이코노믹 스트래티지를 이끄는 존 실비아(John E. Silvia, Ph.D.)는 무료입장은 실제 관람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기관에 손해만 끼치는 “재정적으로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매사추세츠 대학 애머스트 캠퍼스(UMass Amherst)의 경제학 교수인 제럴드 프리드먼(Gerald Friedman, 1955~)은 “원래 입장료를 낼 사람들이 무료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문한다. 

입장료와 관람객 증감의 상관관계에서 팬데믹은 그 효과를 분석하는데 큰 장애이다. 팬데믹이 관람객 방문이나 회원들의 연회비에 의존하는 미술관·박물관과 기타 문화기관에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미술관·박물관을 자주 찾던 사람들은 발길을 끊었고, 많은 기관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관람객 수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그 전부터 미술관·박물관을 잘 안 오던 관객들에게는 입장료 무료라는 사실이 방문 의사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사실 미술관·박물관에 대중이 더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효과는 입장료의 유무보다 해당 미술관·박물관의 전시, 교육 등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질과 내용이란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월터스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은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의 고대 유물과 중세 및 20세기 이전 유럽 미술품으로, 다소 전문적인 취향을 가진 이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이다. 따라서 1950년 이후 인구의 3분의 1이 감소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약 63%를 차지하는 볼티모어에서는 쉽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내용일 수 있다. 즉 사회적 변화, 환경의 변화에 따른 미술관·박물관의 변화가 오히려 입장료보다 관객들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볼티모어미술관
볼티모어미술관

하지만 같은 도시에 있는 볼티모어 미술관의 현재 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SFMOMA)관장인 전임 관장 크리스토퍼 베드포드(Christopher Bedford)는 관객층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를 소장품 정책과 프로그램 기획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1910~1962),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1925~2008),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 1987) 같은 백인 거장들의 작품을 매각한 자금으로 이른바 소외된 비 백인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해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이는 시대를 읽고 형평성과 다양성을 더하는 보다 폭넓은 의제의 실천이란 평가를 받았다. 

무료입장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교육 기회 확대와 문화 민주주의 실현을 강조한다.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예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가 있으며, 무료입장은 소수 인종이나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높여 문화적 포용성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휘트니,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 관장을 지낸 맥스웰 앤더슨(Maxwell L. Anderson, 1956~)은 미술관·박물관은 입장권 판매가 아니라 기부금과 기금으로 운영되는 자선 단체라며 높은 입장료는 지역 관객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세계 여러나라의 미술관 입장권
세계 여러나라의 미술관 입장권

따라서 무료입장을 실천한 미술관·박물관들은 재정적 부담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실험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의 약 6만5000점 이상의 방대한 작품을 소장한 디트로이트 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 DIA)은 인근 3개 카운티 주민에게 무료입장을 제공하는 대신 카운티에서 징수한 부동산 과세 가치(Assessed Value)의 0.2밀(mill)에 해당하는 재산세의 약 0.02%를 미술관 지원금으로 배분받는다. 디트로이트 미술관은 무료입장과 함께 전시와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관람객의 참여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 변화된 도시의 인구구조를 고려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술 부서를 신설하고 다양한 해설과 인터랙티브 도구를 추가해 관람객의 경험을 개선했다. 

입장료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실된 수익을 보전해 줄 기부자를 찾는 것이다. 2013년 댈러스 미술관(Dallas Museum of Art,DAM)과 2019년 로스앤젤레스 동시대미술관(MOCA)은 고액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무료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대 유명 미술가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 1970~)는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의 이사자격으로 200만 달러(약 27억 원)을 기부해, 25세 이하 모든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전면 면제해 주도록했다. 패션·엔터테인먼트 브랜드 자문가(Advisor)이자 유명 컬렉터인 소냐 유(Sonya Yu)는 뉴욕 근대미술관(MoMA)의 별관으로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MoMA PS1에 90만 달러(약 12억 원)를 기부해 뉴욕 시민에게만 적용되던 무료입장을 모든 전 세계 방문객에게 3년간 전면 무료입장을 보장했다. 이렇게 여러 미술관은 기부자를 찾아 입장료 손실을 보전하는 윤리적 의무와 동시에 재정적 의무를 다하는 방식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소유하고 혜택을 누리는 미술관·박물관을 지원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점이다.
 
미술관·박물관 재정과 입장료
미술관·박물관의 입장료 징수가 무조건 좋은, 원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대도시와 소도시, 관광객 규모, 방문 목적, 도시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데 우리는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도입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점이 더 문제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1970년부터 입장료를 ‘내고 싶은 만큼 내는 정책(Pay what you want policy)’을 시행하자 방문객은 늘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적은 금액을 내면서 입장료 수입은 계속 줄어들었다. 2004년까지도 관람객의 63%가 미술관이 제안한 권장기부금(Suggested Donation)을 냈지만, 2017년경 들어 권장기부금을 내는 이가 17%까지 급감하면서 미술관의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다. 따라서 2016년 입장료 수입은 2004년보다 실질 가치 기준으로 매우 낮아졌고, 이는 미술관의 사회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결국 미술관은 2018년부터 뉴욕주 거주민과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 학생에게는 기존처럼 ‘내고 싶은 만큼 내는’ 권장기부금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를 제외한 성인 방문객에게는 25달러의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2022년 7월 다시 기본 입장료를 30달러로 인상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입장료가 미술관 박물관의 운영비에 기여하는 비율은 관광객이 많은 대도시와 적은 중소 도시에 따라 다르다. 또 정부나 시, 도의 경제적인 지원인 많은 경우 입장료 수입의 재정적 기여도는 적고, 국고나 시의 지원이 많고 미술관·박물관의 자체 기부금이나 후원, 협찬, 기타 대관 및 식음료, 서점 등의 운영 소득이 많은 경우 입장료의 기여도는 적다. 따라서 정부의 국고지원이 유일한 재원 조달의 방편인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입장료가 바로 국고로 환원되기 때문에 통계를 잡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갑자기 입장료 징수를 검토한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암스테르담의 박물관광장 Museumplein
암스테르담의 박물관광장 (Museumplein)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관광 중심도시를 방문해 수천 달러를 쓰는 관광객이 입장료 30달러(약 4만 5000원) 때문에 미술관·박물관의 방문을 피하지 않는다. 반면 외지인 유입과 관광객이 적은 중소 도시의 경우 외지인보다 지역민이 주 고객인 탓에 가격 민감도가 높아 무료입장이 관람객 유치에 효과적이다. 실제 관광객이 적은 디트로이트 등 중서부 도시인 세인트루이스, 클리블랜드, 미니애폴리스, 신시내티, 톨레도 같은 도시의 미술관은 대부분 입장료가 없다. 

또 미국 미술관들의 입장료가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기관마다 크게 달라 미술관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다르다. 월터스 미술관이 입장료를 받을 당시 입장수입은 전체의 2%에 불과했지만,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의 경우 총수입의 29%에 달했다. SFMOMA는 2024년 총수익 6510만 달러 중 입장료로 800만 달러, 약 12.3%를 충당했다. 그러나 켄터키주 루이빌(Louisville)의 스피드 미술관(Speed Art Museum)은 연간 수익 1710만 달러 중 입장료 수입은 26만1991달러(1.5%)에 불과했다.
 
이렇게 대도시의 기관은 입장료가 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관광객보다 주민들이 주 고객인 중소 도시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2024년 기준 총 세출예산 701억 원 중 자체 수입은 34억 원으로 약 5%에 불과했다. 즉 미술관의 운영 거버넌스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입장료 수입이 미술관·박물관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유동적이다.

전통적으로 무료입장을 고수해 온 영국의 국립미술관·박물관의 경우 영국 국민을 제외한 해외 방문객에게 무료입장을 폐지하는 논의가 한창이다. 2001년 노동당 정부가 도입한 무료 정책으로 관람객은 40% 증가했지만, 경기 침체에 따라 현 정부의 공공 재정 부담이 커지자 자국민 외의 해외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할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영국은 의무적 신분증 제도가 없어 영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기 어려워 비용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관은 무료입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재정적 기반이 약한 중소 규모의 미술관·박물관은 유료화로 오히려 관람객이 줄어들어, 재정적 어려움이 더 커질 위험도 있다는 점에서 주저하고 있다. 

입장료 수입은 미술관·박물관이 있는 국가의 문화정책과 해당 기관이 정부 보조금 중심으로 운영되느냐 또는 자체 수입 중심의 재정 운영 모델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유럽의 국립 미술관 전체 재정 구조에서 매표 수입 비율은 대략 10%에서 50% 사이에 분포하며, 상설 전시가 전면 무료인 영국의 미술관들은 5% 미만이다. 

영국은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국립미술관의 상설 전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이다. 따라서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국립영국미술관의 총수입 중 매표 수입 비율은 3%~8% 미만이다. 이렇게 비중이 낮은 것은 일부 ‘기획전’에 한 해 유료 티켓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미술관·박물관은 운영비의 약 40~50%를 정부의 문화스포츠부 보조금과 국립복권기금으로 충당한다. 나머지는 미술관 내 기념품점·카페 운영, 그리고 강력한 멤버십 및 기부금으로 보충한다.
 
프랑스의 미술관 박물관 운영연합인 RMN 그랑팔레 VI
프랑스의 미술관 박물관 운영연합인 RMN 그랑팔레 VI

프랑스의 주요 국립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만큼 매표 수입의 절대적이다. 정부 보조금과 브랜드 라이선스, 기부금을 포함한 ‘총수입’을 기준으로 입장권 수입은 대략 30~50% 정도이다. 루브르는 자체 수입 중 입장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체 총수입에는 정부예산 지원과 대규모 기업 후원, 그리고 ‘루브르 아부다비’ㅡ등에서 매년 들어오는 막대한 브랜드 사용료로 연간 약 200억 원을 비롯해 작품대여료, 자문료, 특별기획전 지원비 등 수천억 원 규모의 브랜드 라이선스 수입이 포함되어 타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보다 월등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지 않다.

오르세의 경우 기념품 판매, 기업 후원 및 협찬, 공간 대여, 브랜드 라이센스 등을 합친 미술관이 자체 조달하는 재원 중 입장권 판매 수입이 약 70%를 차지한다. 이는 루브르에 비해 외부 라이선스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오르세는 정관에 상설 전시 입장료 수입 중 16%를 매년 새로운 미술 작품수집을 위해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공공 예산 지원 비율이 전체 예산의 69%에 달하는 퐁피두 센터나 팔레 드 도쿄 같은 기관은 입장료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 25% 내외이다. 현대 및 동시대 미술 중심의 이런 기관들은 국가 보조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멤버십, 대관, 기업 파트너십, 교육프로그램 수입의 비중이 적어 입장료 수입 비율이 전통적인 미술관보다 낮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정부 보조금을 줄이고 미술관·박물관의 재정 자립을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나라 중 하나다. 따라서 매표 수입 비율이 유럽에서는 높은 수준인 약 35~50%에 달한다. 국립미술관인 라익스미술관, 고흐 미술관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약 40~50% 수준으로 1인당 약 20~25유로의 높은 입장료를 기반으로 한 매표 수입이 50%에 달할 정도로 핵심 재원을 이룬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인 스테델릭 미술관은 입장료 수입이 전체 수입의 약 30% 내외이다. 이는 국립미술관에 비해 시 정부 지원금과 현대 미술 후원 단체의 기부금 비중이 조금 더 높아서 입장료 수입의 비중이 적은 것이다. 
 
독일의 국립미술관·박물관은 공공 보조금 중심의 안정적 재정 체계를 갖춘 탓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재정 지원 비율이 70~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총수입 중 입장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0%대로 낮은 편이다. 독일의 문화예술기관은 전체재단운영 및 도서관, 아카이브 등을 총괄하는 세계최대규모의 문화재단인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SPK, Stiftung Preußischer Kulturbesitz) 산하에 총 17개의 미술관·박물관과 8개의 문화예술기관을 베를린의 5개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나누어 관리 및 운영하는 베를린 국립미술관 그룹(SMB, Staatliche Museen zu Berlin)에 속해 각각의 미술관·박물관들과 총괄 조직인 SMB는 ‘중앙 집중식 행정 지원’과 ‘개별 브랜드 및 학술적 자율성’이 공존하는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따라 베를린 국립 회화관(Gemäldegalerie Berlin), 구 국립미술관 (Alte National galerie), 함부르크 반호프(Hamburger Bahnhof), 신 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은 하나의 통합 재정 시스템 속에서 운영된다. 이들의 총수입 중 입장권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15% 내외로 사용하는 예산 대부분은 정부 세금으로 충당된다. 독일의 운영 거버넌스는 프랑스의 문화부 산하 상업·산업적 성격의 공공기관(EPIC)으로 운영되는 ‘국립박물관 연합(Grand Palais Rmn)’과 유사한 형태이다.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Städel Museum)은 독일에서 보기 드문 ‘시민 재단형’ 미술관으로, 정부 보조금 외에 유서 깊은 재단 기부금과 기금운용수익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매표 수입은 약 20~25%로 기부금 수익 및 보조금과 균형을 이룬다.
 
이에 반해 일본의 국립 및 공립 문화시설 재정 자립 정책은 2025년 전시사업비 대비 자체 수입 비율을 기존 50% 수준에서 2030년까지 6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100%까지 달성하도록 요구하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제시하며 강력한 구조조정 성격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이 책임운영기관을 도입하던 시절인 2001년 행정 개혁을 통해 정부 부처 직속에서 독립행정법인(IAI, Independent Administrative Institution)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매년 정부로부터 ‘운영비 교부금(보조금)’을 지원받지만, 법인화 이후 매년 약 1%씩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액되었다. 그리고 2003년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도입된 ‘지정관리자 제도(Designated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박물관을 직접 운영하는 대신, 입찰을 통해 민간 기업, 비영리단체(NPO) 또는 문화재단이 운영권을 위탁 운영하도록 했다.

여기에 국가 보조금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라는 강력한 압박을 하고 있다. 일본 문화청은 국립문화재기구, 국립미술관, 국립과학박물관 등 3개 독립행정법인에 중기목표를 부여해 4년 내 최소 40%를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조직 재편이나 폐관까지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높은 입장료를 부과하는 이중가격제를 5년 내 도입하고 전반적인 입장료 인상도 요구했다.

이 정책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비판적인 관점에서는 문화 향유권이 양극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입장료가 대폭 인상되면 저소득층, 학생,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문화적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목표치의 수익률을 달성하고자 미술관·박물관은 대중성을 쫓는 블록버스터 전시에 집중하면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기초 연구나 소수 예술 전시는 위축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전문 큐레이터를 줄이거나 비정규직화하면 문화유산의 장기적 보존과 연구 역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더 나아가 일본의 문화 예산은 GDP 대비 0.02% 수준으로 프랑스나 한국보다 훨씬 낮은데, 국가의 책임을 공공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만성적인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공공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미술관·박물관의 독립채산제를 강화해 자생력 있는 문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방일 외국인 관광객 급증을 기회로 입장료 이중가격제를 통해 외국 관광객의 지출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구국립미술관 베를린 국립미술관 그룹SMB 소속 박물관 중 하나이다
베를린의 구국립미술관, 베를린 국립미술관 그룹(SMB) 소속 박물관 중 하나.

그러나 결국 이런 정책은 문화시설을 단순히 수익 창출 기관으로 보는 관점과 문화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이 충돌한다는 점이 문제다. 재정 자립을 강조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의 본질적 가치와 사회적 포용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일본의 정책은 재정 효율성과 문화 민주주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영 문제를 넘어 문화 정책의 철학적 방향성을 시험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요구는 정부가 국민의 문화향수권을 제한하는 폭력에 가까운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아무튼 입장료가 운영에 기여하는 효과는 각각의 나라에 따라 지역에 따라, 운영거버넌스에 따라 각기 다르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다.
 
먼저 '벌어 쓸' 수 있는 거버넌스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료 징수 문제 즉 주요 국립 문화시설의 입장료 유료화 및 인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정부 즉 기획재정부가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자산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오랫동안 동결되었거나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국립 시설의 이용료를 현실화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의 제시와 문화시설의 입장료가 전면 무료이면 오히려 기관의 품격이 떨어지고 가치가 낮게 느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대통령의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정책적으로 힘을 받았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료 부과에 관한 논의는 기관의 재정적 자립도를 끌어올리려는 정책 목적보다 단순히 관람객이 많아 혼잡하니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입장료를 부과하려는 것 외에 거시적인 문화정책적 논의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국립미술관·박물관 전면 무료 정책을 고수해 온 영국마저 최근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한정해 유료화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계기가 되었다. 이런 해외의 정책 변화는 한국 정부가 국공립 문화기관의 재정자립도와 수익 모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외적 배경이 되었고 여기에 우리는 외국에 나가, 비싼 입장료를 내고 미술관·박물관을 방문하는데 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공짜로 관람하냐는 다소 감정적인 부분까지 맞물리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 같더니 선거 탓인지 잠시 멈칫하고 있다.

하지만 입장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감정적으로 또는 수입과 지출이라는 측면에서 결정할 일은 아니다. 결국 수익성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입장료를 일괄적으로 없애거나 부과하는 대신 다양한 방식의 절충이 필요하다. 무료 관람 일이나 특정 계층에 대한 할인, 지역 주민을 위한 세금 기반 지원, 기부자 유치, 전시와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이 그 방안이다. 

박물관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와 동시에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한다는 의무를 함께 충족해야 하며, 각 도시와 기관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통해 문화 민주주의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국가가 문화정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이며, 대한민국 문화의 공공성, 전문성, 상징성이 집약된 핵심 문화예술기관인 국립기관을 국가운영 철학 차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한 끝에 입장료에 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냥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RMN 그랑팔레
RMN 그랑팔레

사실 입장료 문제를 논의하려면 그 전에 우리나라 국립문화예술기관의 운영 거버넌스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이나 행정적 편의주의로 재단하지 말고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과 철학을 반영한 체제를 확립하는 먼저이다.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미술관·박물관의 수입과 입장료가 차지하는 상관관계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왜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입장료를 징수해 어떻게 쓸지?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문제나 입장료가 의미하는 문화사회학적 측면에서의 의미 등에 관한 깊은 내면화 과정 없이 뜬금없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미술관·박물관은 원천적으로 수익사업은 물론 협찬이나 후원유치도 불가하다. 입장료 등 수입이 생기면 기관이 직접 사용할 수 없으며, 국가 재정 즉 국고로 전부 환수된다. 자체적으로 예산편성의 권한도 없다. 오직 운영예산이 나올 곳은 국민 세금 즉 정부지원 뿐이다. 이런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예술기관의 재정 자립을 요구하는 정부가 입으로는 재정 자립도를 높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문화예술기관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없도록 보수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뭣 때문일까.

영국은 팔길이 원칙(Arm's Length)을 통해 국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위원회(Arts Council)’를 통해 국가의 재원과 복권 기금을 교부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율성과 전문성을 극대화한다. 다만 경기 침체 시 국가 재정 지원이 감소해 자체 수익의 창출할 것을 압박받기도 한 단점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문화국가 모델(State as Architect)을 채택해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헌법에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s)를 명시해 공공성과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국민 누구나 고품격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때 행정 관료주의화가 우려되며, 급격한 사회 변화나 대중적 요구에 둔감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네덜란드는 사회적 파트너십 모델을 통해 국가와 민간이 대등하게 협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만, 합리적인 예산 배분과 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를 통해 가장 높은 재정 자립도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국은 시장 촉진자 모델(Market Facilitator)을 통해 직접 지원은 최소화하고 기부금, 세제 혜택 등 간접 지원을 중심으로 민간 기부를 활성화하며 경영 효율성과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지만, 상업화 우려와 기초 예술의 위축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그런데 한국의 문화정책은 이런 원칙 있는 정책 모델보다는 그때그때 다른 원칙을 적용해 각기 다른 원칙아래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문화부 산하의 국립문화예술기관이라도 일반행정기관, 책임운영기관, 특수법인 등의 각기 다른 운영 거버넌스 아래 운영된다. 이렇게 국립문화예술기관이 일관된 철학과 원칙 없이 각기 다른 법적 지위와 거버넌스 아래 운영되고 있어 혼란과 긴장 그리고 파국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도서관, 국립한글박물관은 일반행정기관으로 묶여 공무원 순환 보직 체제 속에서 전문성이 저하되고,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극장은 책임운영기관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압박받는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정부 직속 소속기관이 아니라 특수법인 형태의 재단법인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립문화예술기관의 거버넌스는 제각각이며, 논의가 있을 때마다 법인화 여부나 입장료 징수 여부 같은 기술적·재정적 수단에만 매몰되어 기관의 상징성과 전문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방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입장료 징수 문제를 논하는 것은 구두를 신고 발등을 긁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입장료 부과를 검토하기 전에, 그보다 더 중요한 원칙에 관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원칙에 따라 입장료 등등 세세한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국립문화예술기관의 거버넌스 통일을 위해서는 첫째 한국형 문화국가·팔길이 융합 모델의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화 양극화 위기를 고려할 때 기초적인 공공성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만 운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 기관장 임용과 프로그램 기획은 정치적 기류나 행정 관료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둘째 법적·제도적 지위를 합리적으로 통일해야 한다. 국립문화기관법을 제정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핵심 기관들을 성격별로 묶어 영국의 ‘비 부처 공공기관(NDPB, Non Departmental Public Body)’이나 프랑스의 각 미술관이 예술적 자율성을 가진 독립법인이지만 마케팅, 상업화, 인프라 부문의 지원과 관리를 하는 연합 시스템으로 상업·산업적 성격의 공공기관(EPIC)인 프랑스 국립박물관 연합-그랑팔레(GrandPalaisRmn)처럼 국가가 통합 관리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 기업이자 네트워크처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통합적인 운영 원칙과 공공성 가이드라인을 규정함으로써 효율성 위주의 책임운영기관제가 가진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 셋째 입장료 징수를 문화 기본권 차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국민이 세금으로 세운 공간에서 문화적 권리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여 상설 전시는 전면 무료화를 유지하고 특별 기획전에 한해 합리적인 비용을 징수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국립문화예술기관의 운영에 관한 거버넌스를 어떻게 할 것인 가의 문제는 단순한 행정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어떤 문화 철학을 선택할 것인 가의 문제이며, 공공성과 전문성, 효율성과 민주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합리적이고 통일된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입장료는 지붕에 불과하다. 우선 기둥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결정해야 지붕 모양이 나올 텐데 또 지붕 모양만 논의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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