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상자 속의 양'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쿠와키 리무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어느 가족' '괴물' 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고레에다 감독에게는 통산 10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의 출발점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현실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영화 착상은 2년 정도 됐다. 생성형 AI로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업무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해당 비즈니스를 하고 계신 대표님을 만났고 그 분께서 자신의 사업 내용을 보여주셨다. 돌아가신 분의 핸드폰에 남아있는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AI를 만들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영화 내용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며 "이 영화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남아있는 아이들과 떠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른들은 (휴머노이드 아이들이)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르지 않나.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상상하고 느끼며 살아가게 될 거다. 그 상상력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관계를 단순히 기술과 인간의 대립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이질적인 존재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부부 관계와도 연결해 바라봤다.
그는 "부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질적인 두 존재가 함께 공존하는 것은 어렵고도 재미있는 일"이라며 "유리와 나무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 인간과 식물과 휴머노이드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처럼 이질적인 존재들이 공존하는 관계를 여러 곳에 표현하고 싶었다. 극 중 아이를 잃은 엄마는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을 후회하고, 남편은 아이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후회를 가진 부부로 시작하지만 같은 상자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잃어버린 카케루를 상상하며 살아간다. 그런 이질적인 존재들의 관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중심에는 200대 1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아역 배우 쿠와키 리무가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쿠와키 리무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첫인상으로 정했고, 직감적으로 결정했다"며 "이 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오디션을 거듭했다. 저만의 판단이 아니라 스태프 모두의 합의 끝에 결정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영화 후반에 나오는 목욕탕 신이었다. 켄스케 역의 다이고 배우와 대화하는 장면인데 마지막 오디션에서 (다이고와 함께) 연기했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캐스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와키 리무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당시를 떠올리며 "가족이 다 같이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아빠, 엄마, 누나가 엄청 울었다"며 "처음에는 '왜 이렇게 우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엄마가 말해주고 나서 울음이 날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현장 디렉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쿠와키 리무는 "감독님이 자기답게, 너답게 연기하면 된다고 말해줬다"며 "다른 감독님들은 현장에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가르친다고 들었는데 고레에다 감독님은 너답게 하면 된다고 편하게 말해줬다. 농담처럼 적당히 하면 된다는 말도 하셨지만 적당히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역 배우에게 세세한 지시를 하기보다 현장의 분위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끌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배우의 연기에 대해 디렉팅하거나 지시하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다이고와 쿠와키가 대화 나누고 대기하는 시간 동안 연습했다. 아야세도 함께 끼어서 연습했고 배우들이 이야기 나누는 동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카메라를 켰다"고 말했다.
쿠와키 리무의 순발력도 높이 평가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쿠와키는 드문 면이 있다. 첫 테이크가 끝나고 두 번째 테이크에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대사를 바꿔가는 놀이 감각, 응용력이 있었다"며 "매우 즐거워하며 연기했다. 그런 면에서는 아역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 목욕탕 장면에서 '비밀로 해달라'고 말할 때 '어떻게 할까?'라는 대사가 있다. 아빠를 놀리면서도 딜을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제가 시킨 게 아니었다. 직접 그렇게 연기해줘서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쿠와키 리무는 "'상자 속의 양'을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 영화는 사랑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몇 번이고 보면서,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여러분도 생각하며 봐주시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영화 속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해주길 당부했다. 그는 "영화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지지만, 찍히지 않은 부분도 중요하다"며 "영화 속에서 건축은 보이지 않는 곳에 본질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저도 그런 것들을 많이 의식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서 보이는 것은 숲, 컵라면 야키소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외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상상하며 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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