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종은 국제금융학회장 "고환율 원인은 경제 매력도 하락…재정 개혁·잠재성장률 회복이 최우선"

이종은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종은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미국 중앙은행의 새로운 리더십 등장, 글로벌 장기 금리 상승,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겹이 쌓인 지금,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종은 한국국제금융학회장(세종대 교수)은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면서 재정 개혁과 잠재성장률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국 경제는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높은 '3고(高)'를 겪고 있다. 특히 환율은 외환당국의 잇단 구두개입에도 치솟고 있다. 원화 값은 달러당 1500원대 중반을 오가며 극심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민간의 해외 자산 선호 확대와 자본 유출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이 회장은 단순히 자본 유출이나 고령화 탓으로 돌리는 시각을 경계했다.

이 회장은 "자본 유출은 결과일 뿐이며 근본 원인은 한국 경제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기업 규제가 과도하고 세금 부담이 크며 부동산 거래도 막혀 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부작용이 큰 규제를 풀고 조세 등에 의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멈춰야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의 방어력에 대해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는 충분하지만 자본 유출 압력이 구조적으로 생겨 있는 상태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2008년과 2020년 체결 당시 원·달러 환율이 즉각 30~50원 하락했을 정도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문과 국내 정책 자문을 모두 경험한 이 회장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시장 친화적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국민들이 양질의 정보를 접하고 재산 형성을 할 수 있어야 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고, 국민과 집권층 모두가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구조적 위험 신호'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조세·재정 개혁을 꼽았다. 그는 "세금을 줄이고 단순화해야 하며 동시에 지출도 줄여야 한다"며 "불필요한 태스크포스(TF), 위원회를 없애고 약 80조원 규모의 세액공제를 취약계층 현금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사회안전망 제공이라는 정부의 존재 이유를 극대화하고 재정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영국이 근로장려세제(EITC) 방식으로 440만명을 빈곤층에서 탈출시킨 사례를 들며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하로,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세금을 줄이고 재정 지출도 줄이면서 그 추이를 봐가며 기준금리를 완만하게 인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로서는 물가 부담이 커진 만큼 연내 기준금리 2회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다만 잠재성장률을 고려한다면 경기 전반에 온기를 전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기준금리 2.5%는 명목상 중립금리로 볼 수 있으나 성장률이 1.7%에 불과한 한국 경제에는 여전히 부담"이라며 "경제성장률은 결국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인데 이것이 낮아진 경제에 과거 수준의 금융비용이 부과되는 것이다. 재정 문제 해결 없이 통화정책에만 모든 것을 맡기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은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 상태다. 이 회장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체제의 핵심 변화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지목했다. 그는 "연준 자산 중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MBS)이 약 2조 달러에 달하는데, 이를 서서히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부채를 상환받았을 때 유동성을 재투자하지 않고 내부로 흡수하는 런오프(runoff) 방식이 시장 충격을 가장 덜 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요인과 재정 문제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 회장은 "중동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요인 대 국채 발행 요인 비율이 4대 1 수준 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요인에만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각국이 자구책으로 재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회장은 에너지 안보와 외교·통상 전략에 대해서도 독자적 시각을 제시했다. 외교 안보를 경제 정책보다 상위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를 언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송이 어려워지면 북극 항로가 대안"이라며 "한국은 지리적으로 북극 항로 활용에 유리한 위치인 만큼 이와 관련한 인프라 투자를 모색하고 미국산 원유를 유리한 가격에 협상하는 데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 강화는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적 사업 기회와 가격 협상력으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참여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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