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 "호남 투자, 정치 논리 좌우 안 돼" 소신 발언

  • "기업 지속가능성 기준으로 기업경쟁력 우선 고려"

  • "국민경제 영향 고려…임금 협약 내년엔 더 신경써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리는 준법감시위원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리는 준법감시위원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제기되는 삼성의 호남 투자론에 대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지역 균형발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정치적 요구가 아니라 입지와 인력, 전력, 용수, 공급망을 종합한 경영 판단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 지역 반도체 공장 설립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삼성의 구체적인 투자 결정에 준감위가 직접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면서도 "삼성은 국민의 기업"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생산기지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호남에도 대규모 생산 거점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커진 만큼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생산 거점을 분산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반도체 공장은 단순히 부지를 확보한다고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안정적인 교통망, 협력업체 생태계, 고급 인력 확보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첨단 공정일수록 장비와 소재, 부품 공급망이 촘촘하게 연결돼야 한다. 투자 규모도 수십조원에 달한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 원칙론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투자 결정은 지역 안배만으로 정할 수 없고 기업 경쟁력과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감위가 강조해온 준법경영과 지속가능경영도 결국 무리한 투자보다 책임 있는 의사결정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과 화성, 기흥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투자는 기존 인프라와 인력, 협력사 네트워크가 형성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캠퍼스 확장도 같은 맥락이다.

호남 공장론은 삼성 입장에서 쉽지 않은 숙제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크지만 실제 투자를 위해서는 전력망과 용수, 인력 양성, 협력사 이전, 물류망 조성까지 패키지로 따라붙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재계에서는 이 위원장의 언급을 두고 삼성 투자 원칙의 경계선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인 만큼 지역사회 기대를 외면할 수 없다. 동시에 투자 실패가 발생하면 주주와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가 함께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편, 삼성 준감위는 삼성 주요 관계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다. 직접적인 투자 결정 권한은 없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책임경영과 지배구조, 노사 관계, 준법 리스크 등 그룹 차원의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왔다.

4기 준감위는 삼성E&A가 새로 합류하면서 협약 관계사가 기존 7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에 플랜트·엔지니어링 계열사가 추가되면서 감시 범위도 넓어졌다. 해외 사업과 대형 프로젝트의 준법 리스크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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