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결과가 아쉽다. 정부와 기업이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기에 허탈감도 적지 않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기술력을 앞세워 캐나다 초계잠수함사업(CPSP)에 도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는 독일 TKMS로 결정됐다. 몇 달 동안 이어진 치열한 경쟁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번 결과를 실패로만 볼 것은 아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잠수함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하던 나라였다. 1993년 장보고함 취역으로 세계 43번째 잠수함 운용국이 됐고, 이제는 세계 잠수함 강국인 독일과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릴 정도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보여준 변화의 폭이 더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도전에는 성공도 있지만 아쉬움도 따르기 마련"이라며 "오늘의 경험은 우리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감정적인 아쉬움보다 산업 경쟁력의 축적이라는 본질을 짚은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담대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수주전이 남긴 교훈은 곱씹을 만하다. 특히 방산 수출의 공식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무기 성능과 가격이 승패를 좌우했다. 최근 방산 수출은 기업과 기업(B2B) 간 거래가 아니라 정부와 정부(B2G)의 전략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정상외교와 안보 협력, 공급망, 산업 투자, 금융 지원, 유지·보수 체계, 기술 이전까지 모두 하나의 패키지로 평가받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세계 방산 시장은 앞으로 수십 년간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재무장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수요 확대, 중동의 전력 증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잠수함뿐 아니라 수상함, 무인체계, 인공지능 기반 지휘체계까지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우리 전략도 진화해야 한다. 무기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외교와 금융, 산업 협력, 에너지, 공급망을 결합한 국가 차원의 수출 모델을 정교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출 이후 유지·보수(MRO)와 승조원 교육, 현지 생산 협력까지 아우르는 장기 파트너십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K-방산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동시에 과도한 '수출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국가 전략사업이라는 이유로 프로젝트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민관 협력은 자발성과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K-방산이 세계 최정상 시장에서 끝까지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축적되는 경험이다. 실패를 밑거름 삼아 기술·전략의 변화를 도모하고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내는 것이 진짜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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