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밤새 키이우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군과 지역 당국은 러시아가 발사한 드론 169대 중 80% 이상을 격추했지만 탄도미사일 5기는 모두 요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키이우와 인근 지역을 겨냥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군사 관련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과 일주일여 만에 세 차례 대규모 공격이 이뤄지면서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며 반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정유시설과 군수 보급망, 모스크바 인근을 겨냥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전날에는 2700㎞ 떨어진 러시아 최대 정유시설 중 하나인 옴스크 정유공장을 타격하며 장거리 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연료난을 인정하고 인도와 카자흐스탄에서 휘발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회담에서 "최근 몇 달간 이 전쟁에서 달라진 역학 중 하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공 방어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나토, 우크라에 지원 약속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패트리엇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들에게 패트리엇을 만들 권한을 주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알려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공망이 부족하다며 패트리엇 생산 라이선스 제공을 요청해온 데 호응한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장 상황 변화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전쟁 종식을 위한 러시아의 조건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그 조건들이 아마도 당신이 원하는 일부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담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및 그의 팀과 좋은 회담을 가졌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방공 능력 강화를 강조해 준 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회동을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뜻밖의 장면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의 방위비와 이란 문제를 두고 불만을 쏟아낸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FT는 유럽 동맹국들이 이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류가 키이우 쪽으로 이동한 신호로 받아들이며 조심스러운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도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재확인했다. 나토 정상들은 이날 채택한 앙카라 정상회의 선언에서 올해 우크라이나에 700억 유로(약 120조원) 규모의 군사장비와 훈련 지원을 제공하고 2027년에도 최소 같은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유럽·대서양 안보에 장기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방위산업 협력 확대와 공동 생산 능력 강화를 약속했다.
따라서 드론 공세를 통해 러시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나토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전황을 더욱 유리하게 이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부국장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가 보기에 푸틴 대통령은 좋은 합의를 거부했고, 이제 우크라이나가 중·장거리 드론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또한 병력이 여전히 열세인데다 경제 압박이 큰 상황에서 전황에 큰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안보 전문지 디 인터프리터는 "러시아가 타협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우크라이나는 더욱 자신감을 얻어 압력에 굴복해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면서 전쟁이 곧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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