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부모님들과 치아 교정에 관한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어릴 때 교정해도 크면 다시 다 틀어진다던데요?" "괜히 일찍 했다가 나중에 또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영구치가 다 나오고 나서 교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런 속설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소아교정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치료입니다.
먼저 가장 흔한 오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릴 때 교정을 해도 결국 커서 다시 해야 할까요?’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결론은 다릅니다. 소아교정의 가장 큰 목적은 치아를 가지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턱의 성장 방향과 공간을 보다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턱이 지나치게 앞으로 성장하거나, 위턱이 좁거나,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나올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성장기라는 '기회'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끝난 이후에는 치료가 훨씬 어려워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치나 턱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소아교정을 마치고 나중에 다시 교정을 또 한다는 것은 우선 턱뼈와 치조골을 정상으로 치료한 이후, 잘 치료된 뼈 안에 영구치가 맹출하고 나서 치아 배열을 다듬어야하는 2차 교정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이것은 처음 치료가 실패해서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 맞춰 치료를 완성하는 단계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즉, 두 치료는 서로 중복되는 치료가 아니라 목적이 다른 치료입니다.
또 다른 오해는 ‘교정을 하면 치아가 혹은 잇몸이 약해진다.’ 입니다. 교정 치료 자체는 치아도 잇몸도 약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다만 교정장치를 붙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구강위생관리가 어렵습니다. 양치질이 잘 되지 않으면 충치, 잇몸염증, 치은 비대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관리만 잘하면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유지하면서 교정을 마칠 수 있으며, 교정이 끝난 뒤에는 치열이 가지런해져 오히려 장기적인 구강 관리와 잇몸 관리가 쉬워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교정은 치아를 이동시키는 치료이지 치아 자체를 약하게 만드는 치료는 아닙니다.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는 치아가 뼈 안에서 정상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이고, 치료가 종료되고 뼈가 안정되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회복됩니다.
치과의사로서 부모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소아교정은 '나중에 다시 할지도 모르니 의미 없는 치료'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에만 가능한 치료이며, 그 시기를 놓치면 성인이 되어 훨씬 복잡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교정이 필요한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는 인터넷 정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마다 성장 속도와 턱의 발달, 치아가 나는 시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가장 빠른 치료도, 가장 늦은 치료도 아닌, 가장 적절한 시기의 치료입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아이의 평생 구강 건강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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