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전국 사립대학 교수협의회 연대를 이끄는 유원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통상적 진단과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실제 구조조정의 칼날에 가장 먼저 노출될 대학은 학생이 없는 곳이 아니라 부동산 값이 올랐으나 소위 ‘서열이 낮은 대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어봤다. 재정난을 겪는 대학보다 자산 가치가 상승한 대학이 먼저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학 경영의 세대 교체와 현실적 셈법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사립대의 상당수는 2·3세대 경영 체제로 넘어간 상태다. 교육 사업에 사명감을 가졌던 1세대 설립자와 달리 학교 밖 기업 경험이 별로 없는 3세 경영진에게 대학 운영은 부담스러운 의무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청산 실익을 따져보면 계산은 명확해진다. 법인 재산이 거의 없는 대학은 청산해 봐야 실익이 미미하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 대학은 학교 재산을 정리해 파이가 커진 상태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것이 훨씬 유의미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조정 징후는 한국 대학 정책이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기초 공사를 소홀히 한 채 ‘징벌적 강제 구조조정’만 밀어붙인 탓이 매우 크다. 교육부는 오랜 기간 강제 정원 감축과 진단 평가로 퇴출을 압박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대학은 강제로 주물러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준이 되어야 할 대학 통계와 정보 공개가 왜곡·부실하다는 점이다. 대학 정보 공시를 담당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사학 법인과 대학의 이해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보니 핵심 정보의 투명한 가공에 한계를 보인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부 담당자가 서울대의 1인당 정확한 교육비 집행 내역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못한 것도 관련 통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구조 역시 불균형을 내포한다.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으로 예체능이나 공학계열 적자를 보전하는 현실 속에서도 정확한 원가 계산과 세부 집행 통계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유능한 교수진에 대한 인적 투자 없이 외형적 건물과 규제에만 집착해온 부실한 정책 구조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결국 ‘사립대 구조개선법’이 성공하려면 ‘강제적 칼춤’이 아닌 ‘철저한 정보 공개’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잘하는 대학에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부실한 대학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법인의 적립금 활용 내역, 교원 투자 현황, 교수별 연구 성과, 학과별 장학금 지급 기준 등 숨겨진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정확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면 부실 사학의 편법 자산 현금화 시도는 자연스럽게 견제된다.
정부와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대학의 목을 죄는 저승사자 역할이 아니라 검증된 데이터로 대학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는 일이다. 법 시행을 앞둔 지금, 이 법이 사학의 자산 현금화 창구로 전락할지, 고등교육 생태계의 건강한 전환점이 될지는 ‘투명한 데이터와 정보 공개’라는 첫 단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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