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훙(王虹·35)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IHES) 종신교수가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가운데, 그의 인생 여정을 담은 기사가 중국 사회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기사를 1면 헤드라인에 게재한 7월 25일자 중국 광시자치구 당위원회 기관지인 광시일보 신문이 불티나게 팔려 완판됐다고 홍콩 명보 등 현지 언론은 30일 보도했다.
투기꾼들이 1.35위안짜리 신문 1부를 최고 99위안에 되팔았을 정도다. 광시일보는 해당 일자 신문 구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자 신문을 더 찍어서 지난 28일 온라인을 통해 추가 판매했으며,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광시일보가 1인당 3부로 신문 구매 제한령까지 내렸을 정도다.
이날 구체적인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행부수는 약 25만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현대판 낙양지가'라며 기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왕의 추측(王的猜想)'이라는 기사 제목은 "간결하면서도 상징성이 크다(펑파이신문)", "성별 고정관념을 걷어낸 강렬한 제목(명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왕(王)'은 왕훙의 성(姓)이자 수학계 최고 반열에 오른 그의 위상을 상징하고, '추측(猜想)'은 그의 연구 성과인 수학적 추측(conjecture)을 가리키는 동시에 끊임없는 탐구와 자기 의심 속에서 꿈을 쫓아온 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것.
또 기사 내용도 왕 교수를 '시골 소녀'라는 출신 배경이나 여성이라는 성별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한 연구자의 학문적 여정과 성장 과정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사는 왕 교수의 고향 주민, 그리고 여러 스승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향 광시자치구 구이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 발자취를 따라갔다. 왕 교수의 아버지가 자녀 교육을 위해 승진 기회를 포기한 일화, 중학교 시절 열정적인 질문 공세로 "여자아이가 뭘 그렇게 잘난 척하느냐"는 말을 들었던 경험 등도 소개됐다.
광시일보는 공식 웨이보를 통해 해당 기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필즈상 수상이라는 영광뿐만 아니라,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들여' 결승선에 도달한 한 사람의 진솔한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왕 교수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 공개된 필즈상 수상 소감 영상 역시 중국 청년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그가 베이징대 학부 시절을 회고하면서 "discouraged(좌절감을 느꼈다)"라고 털어놓으며 중국 내 '성적 지상주의' 교육 문화에 대한 반성과 논의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사회 이슈와 여성 인권을 집중 조명해온 중국 미디어 '타칸(她刊)'은 지난 27일 "왕훙이 중국 청년들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칸은 'discouraged'라는 표현이 "수많은 중국 청년들이 막연히 느껴왔지만 말로 설명하지 못했던 고통을 정확히 이름 붙인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 웨이보와 샤오훙수 등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의 '능력주의'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교사들은 학생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고, 지도교수는 '가르치기보다 선발만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캠퍼스에서 끝없는 경쟁(네이쥐안·內卷)에 내몰려 지친 중국 청년들이 왕 교수의 "discouraged"라는 고백을 통해 자신들의 불안과 좌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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