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만난 김학민 GS리테일 AI데이터부문장. 김학민 부문장은 "더 많은 직원이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와 각 사업부장은 매달 한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을 공부한다.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AI 리터러시' 교육에는 허서홍 대표를 비롯해 10~12명이 참여한다. 수십년간 쌓아온 유통 현장 경험에 AI를 어떻게 접목할지가 핵심 주제다. 교육 콘셉트는 '자녀가 알려주는 AI 리터러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AI의 문턱부터 낮추자는 취지다.
해당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GS리테일 AI데이터부문으로, 김학민 부문장은 지난해 9월 GS리테일에 합류했다. 허 대표와 자주 만나 인공지능 전환(AX)을 논의하면서 '인공지능 전환(AX)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AI 시대에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까지 논의의 범위도 확대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김 부문장을 만나 GS리테일이 그리는 AX의 모습을 들어봤다.
-지난해 9월 GS리테일에 합류했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무엇인지.
"그간 AI와 데이터 분야에서 계속 일해왔기 때문에 GS리테일에서 어떤 부분을 기여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했다. 직원이 약 7000명인 조직인 만큼 현장에서 나오는 생각과 요구도 굉장히 다양했다. 따라서 △회사가 원하는 AX는 어떤 모습인가 △현장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실제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를 우선 들여다봤다. 초기에는 허서홍 대표와 매주 만나 AX를 논의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AX인지,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것이 AX인지 등을 많이 고민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이 같은 주제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
"유통업은 다른 산업보다 속도가 빠르고, 조직 곳곳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AX 역할은 빠르고 다양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있다고 봤다. 먼저 업무를 크게 세 종류로 나눠봤다. 첫째는 반드시 사람이 집중해야 할 일, 둘째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시간이 많이 드는 일, 셋째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이 중 반복적이거나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지는 않은지 찾는 것이 중요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를 AI가 대신하도록 해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선식품(FF) 자동발주인가.
"그렇다. 편의점에서는 김밥·도시락·샌드위치·햄버거 같은 신선식품을 FF라고 부른다. 매일 점주는 오늘 고객이 얼마나 올지, FF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를 판단해 발주해야 한다. 상당히 어려운 숙제이면서 동시에 매일 반복되는 업무다. 하지만 경영주에게 더 중요한 일은 고객을 응대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반복되는 발주 업무를 AI가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고, FF 자동발주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약 3년 전부터 해왔다. 실제 실행과 테스트는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테스트 중이다. 올해 연말께는 AI가 발주 의사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
-모든 점포에 하나의 자동발주 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나.
"처음에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전체 점포로 확대하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니 점포마다 상황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성향과 환경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학원가 점포는 10대 고객 비중이 높고, 건설현장 인근 점포에서는 현장 근로자의 간편식 수요가 크다. 또 주택가와 오피스 상권도 다르고 대학가 역시 시험 기간인지 아닌지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모델 정확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현장 요구와 불편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일종의 시행착오였다."

김학민 GS리테일 AI데이터부문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현장 직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업무 도구를 만든 사례도 있나.
"AI로 점포별 영업 활성화를 돕는 '점포 진단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필요한 시스템이 생기면 외주 개발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만 편리할 뿐, 수정할 일이 생길 때마다 요구사항을 다시 설명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장 담당자가 AI를 활용하면 본인에게 필요한 기능을 직접 설명하고, 결과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며칠씩 걸리던 일이 불과 몇분 만에 구현되는 것이다. 특히 만들어진 결과물을 가까운 점포에서 바로 테스트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AI에 요청해 수정할 수도 있다. 결국 GS리테일의 상황과 현장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내부 직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현장 밀착형 엔지니어(FDE) 육성이다. 현장 직원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AI를 이용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재고관리에도 AI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상품기획자(MD)는 어떤 신상품을 들여와야 고객이 좋아할지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반면 예상만큼 판매되지 않아 쌓이는 재고는 상대적으로 놓치기 쉽다. 그래서 MD와 물류 담당자가 함께 데이터를 보면서, 재고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봤다. 예를 들어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인 상품 중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빠르게 찾아내고 프로모션을 통해 다시 판매 기회를 만드는 식이다. 물류 담당자에게는 재고 효율의 문제지만, MD에게는 반드시 팔아야 할 상품의 문제다. 같은 데이터를 직무별 목적에 맞춰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제품 디자인, 개발, 실제 운영 등 한 사이클을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GS리테일이 보유한 점포·상품·고객 데이터는 어떤 경쟁력이 있나.
"데이터가 많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잘 활용할 때 가치가 생긴다. 임직원들이 매일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 살펴봤다. 편의점 관련 데이터만 해도 데이터 묶음이 약 7500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로 매일 활용되는 데이터 묶음은 30개 이내였다. 그렇다면 AI가 7500개에 달하는 데이터 묶음을 모두 이해하도록 하는 것보다 실제 업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30개 안팎의 핵심 데이터를 사람과 AI가 모두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편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같은 '한 줌의 데이터'를 제대로 정비하고,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GS샵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DX)·인공지능 전환(AX) 통합 포털 '엑스허브플러스(xhub+)'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AI가 앞으로 GS리테일의 점포 운영과 상품 업무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전망하는지.
"가장 큰 변화는 직원 한명 한명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핵심은 의사결정이다. 직원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AI가 그 과정을 쉽게 지원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직원이 늘고, 그 모습을 본 주변 직원들이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조직 전체에 확산돼야 한다. 몇몇 전문가만 AI를 잘 사용하는 회사보다는 현장의 많은 직원이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1년 동안 AX 조직의 목표는 무엇인가.
"AX 조직의 성적표는 AI 기술을 몇 개 개발했는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장 직원들의 손에 AI가 실제로 얼마나 쥐어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순히 AI를 도입해 매출이 몇 퍼센트 늘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다. AI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사람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원들이 자신의 문제를 얼마나 직접 해결하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GS리테일이 얼마나 'AI 네이티브 회사'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앞으로 1년간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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