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강 열도 상륙] 반도체 쇄국주의는 필패…韓 제조 경쟁력 유지 위한 생태계 확장 절실

  • TSMC·마이크론 다변화 속 국내 팹 쏠림 심화

  • 소부장 의존도 70%…'국내 투자' 압박에 난항

  • 278조 실탄·주요국 보조금…영토 확장 적기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팹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팹 [사진=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초격차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글로벌 생태계 내 입지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 등 해외 진출을 두고 기술 유출과 국내 고용 위축 우려가 제기되지만 전략적 영토 확장이 급선무라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월 전체 생산 기지 중 해외 비중을 2030년 15%, 2036년 20%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을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론 역시 미국 본토 외에 대만·싱가포르·일본 히로시마 등으로 주력 생산라인을 이미 다변화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핵심 메모리 생산라인은 대부분 국내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팹이나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 등 해외 첨단 투자가 진행 중이긴 하나, 메모리 분야의 해외 거점은 중국 시안과 우시 등 범용 제품 및 후공정 라인에 국한된 실정이다. 차세대 첨단 메모리 선단 공정의 핵심인 전공정 생산은 여전히 평택과 이천, 용인 등 국내 캠퍼스가 전적으로 도맡고 있는 구조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구상 역시 정부와 정치권의 우려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한다. 지난 6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는 "'한국에서 안 되면'이 아니라 어떻게든 한국에서 되게 만들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내 투자를 압박했다. "전력과 용수 부족 등으로 한국에서 어렵다면 해외 투자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을 공개 직격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패권 경쟁 국면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빌미로 국내 생산만 고집하는 이른바 '반도체 쇄국주의'가 오히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핵심 장비의 미국·일본·네덜란드 수입 의존도는 70%를 상회한다. 소재와 장비, 패키징 전 과정을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거점과의 연대 없이 국내 팹만 늘리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부연구위원은 "국가와 기업이 지나친 기술 민족주의에 경도되면 협력보다 자국 역량 강화만을 우선하게 되고 결국 배타적 보호주의로 치달을 위험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과감한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올 상반기 기준 278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수준의 실탄을 확보했다. 과거 자금난으로 해외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했던 때와 달리 막강한 재정적 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거점을 선점할 체력을 갖춘 셈이다.

해외 주요국들의 파격적인 러브콜도 잇따른다. 미국은 고율 관세 압박과 함께 보조금을 고리로 자국 내 첨단 팹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은 공장 건설비의 최대 50%에 달하는 현금성 지원책을 내걸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해외 보조금과 유리한 입지 조건을 활용한 영토 확장은 기술 유출이 아닌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전략"이라며 "보호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해외 거점을 선점하고 글로벌 생태계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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