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1926~2006)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지난 9월 15일은 그가 탄생한지 정확히 100주년 되는 날이었다. 또한 올해는 그의 타계 20주기이기도 하다.
그는 와세다대학 재학 시절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감독의 <주정뱅이 천사>를 보고 영화감독을 꿈꿨으며, 1951년 쇼치쿠(松竹)에 입사해 일본의 또 다른 거장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의 조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닛카쓰(日活)로 옮겨 가와시마 유조(川島雄三) 감독 밑에서 일했고, 1958년 <도둑맞은 욕정>으로 감독 데뷔해 블루리본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마무라는 스승 격인 오즈의 절제되고 정적인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간의 욕망과 생존 본능, 사회의 밑바닥 삶을 담아내는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시나리오 작성 단계부터 철저한 현장 취재를 중시한 그는, 올 로케이션 촬영을 원칙으로 하며 배우와 스태프가 촬영지에서 장기간 합숙하며 촬영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스스로를 인류학자로 여길 만큼 인간 본성에 집착했던 그는 서구 평단으로부터 '영화 인류학자'라 불렸다.
대표작으로는 <돼지와 군함>(1961), <일본곤충기>(1963), <인간증발>(1967), <신들의 깊은 욕망>(1968), <복수는 나의 것>(1979) 등이 있다. 히로시마 원폭 문제를 다룬 <검은 비>(1989)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나라야마 부시코>(1983)와 <우나기>(1997)로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받았다.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감독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켄 로치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는 감독 활동과 함께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1970년대 촬영소 시스템이 무너지며 신인들이 현장에서 연출을 배울 기회가 줄어들자, 1975년 사비를 들여 요코하마에 영화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가 현재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일본영화대학의 전신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가와사키시의 일본영화대학은 8월부터 12월까지 작품 7편을 상영하는 '이마무라 쇼헤이를 지금 본다' 특별전을 열고 있고, 도쿄 미타카시 예술문화센터에서도 <나라야마 부시코>, <검은 비>, <우나기> 등을 상영하는 특집전이 열렸다. CS 방송 채널인 영화·채널 NECO와 도에이 채널은 지난 9월 3일부터 '탄생 100주년 기념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세계' 특집을 편성해, 생일인 9월 15일에는 여러 작품을 연이어 방영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이에 견줄 만한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아트시네마가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이 2004년 각각 이마무라 회고전을 연 적은 있지만, 탄생 100주년에 맞춘 별도 프로그램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산문집 《우나기 선생》(마음산책)은 한국어로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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