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동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범용제품(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 석화 기업들의 스페셜티(고부가제품) 전환은 아직 미흡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범용제품의 구조적 경쟁력 저하는 필연인 만큼 한국 기업들의 스페셜티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라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신용평가는 'K-화학의 전환: 범용의 한계를 넘어 스페셜티로'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한국 석화 업체들이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자동차·조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방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스페셜티 생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여년 전 석화 호황을 견인했던 중국시장을 겨냥한 범용제품 위주 수출 전략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나프타분해설비(NCC), 석탄분해설비(CTO) 등 중국의 범용제품 공장 증설은 단기 수익성을 넘어 산업 자급화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민간 기업인 한국 석화 업체들과 달리 수익성 악화과 바로 공급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던 과거 사이클 구조와 달리 현재 석화 업계의 불황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은 어렵다고 한신평은 진단했다.
특히 범용제품은 글로벌 원료 수급과 원가 경쟁력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데 중국은 대규모 정유·석화 통합단지와 방대한 내수시장이, 중동은 저가 원료와 원유분해설비(COTC) 등 공정 혁신을 기반으로 각각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수입 나프타 의존도가 높고 내수 수요도 제한적이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중국·중동이 기술 또는 수요 한계 등을 이유로 생산하지 못하는 스페셜티로 주력상품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한국 석화 업체들에게 주어졌다.
스페셜티는 단순히 생산 원가가 아닌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가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고객별 요구에 맞춘 설계와 장기간의 평가·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때문에 중국·중동의 석화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 한국 석화 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과거 한국 석화 업체들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유럽 석화 업체들은 수십 년 전부터 저수익 범용사업을 축소하고 고기능 수지와 전자재료 등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 생존을 도모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성장과 친환경 전환으로 고기능성 소재에 대한 신규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스페셜티 분야로는 C4유분, BTX 등에서 파생되는 기능성 수지와 접착제, 코팅재, 첨가제 등이 꼽힌다.
한신평은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소재에는 고순도·내열성·절연성·방열성 등 한층 높은 성능과 복합 기능이 요구된다"며 "기존 소재의 고사양화와 신규 기능성 소재의 채택이 확대되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한 소재기업은 높은 부가가치와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석화 업체들의 스페셜티 전환 수준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신평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 업체의 스페셜티 전환 대응 수준을 △전환 현황 △중장기 계획 △재무여력의 세 가지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8개 업체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약 2.1점으로 집계됐다.
전환 현황의 경우 모든 업체의 스페셜티 매출 비중이 50%를 하회한 가운데, LG화학만 50%에 근접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중장기 계획에서는 사업재편 참여와 신규 투자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공시한 롯데케미칼, LG화학이 각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재무여력 측면에서는 재무안정성 지표가 비교적 양호하고 자산매각을 추진 중인 업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업체별 사업기반과 재무여건 등에 따라 스페셜티 전환의 추진 방식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범용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스페셜티·신성장 사업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는 '포트폴리오 재편형', H&L어드밴스드(대산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 합작사)와 여천NCC(여수 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 합작사)는 업스트림(범용제품) 설비 통합과 운영 효율화를 우선 추진하며 고부가 다운스트림(파생제품) 제품군을 확충하는 '통합·효율화형'에 해당한다.
SK지오센트릭은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투자부담과 사업위험을 분산하면서 고부가 제품군을 확대하는 '협업기반 다각화형', 금호석유화학·SK피아이씨글로벌·효성화학은 기존 주력 제품군의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력사업 고도화형'으로 분류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