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 여파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했던 아시아 경제가 이같은 성장의 '부산물'에 따른 악영향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성장이 유가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고공행진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제 이같은 물가 상승 여파가 아시아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중국을 선두로 아시아의 일부 신흥국들은 연평균 10%를 넘나드는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로 이어져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원자재업체들은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아닌 아시아에서 제품을 수입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의 성장에 부담이 됐지만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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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아시아 주도의 경제가 성장의 후유증에 직면했다. 사진은 중국 수출의 효자로 떠오른 자동차 중 BYD의 F6. |
지난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한 수입 비중은 40%에 달하지만 이는 2000년의 50%에 비하면 10%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대국으로 거듭난 국가들에 대한 아시아 지역의 수출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러시아 수출은 연간 60%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중동에 대한 수출도 35%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고 IHT는 설명했다.
CLSA의 앤디 로스먼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가 중국의 수출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라면서 "이는 미국의 4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 주도의 성장은 결국 아시아 주요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먼브라더스의 로브 수바라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장기 인플레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보다 물가가 오른 상태"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 보조금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기름값을 하루에만 최대 40% 가까이 인상하는 악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유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들 국가 역시 급격한 기름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바라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경제 성장이 하향 위험에 빠졌다"면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칼날의 끝'에 서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아시아 지역의 성장은 유럽으로의 수출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HSBC의 개리 에반스 투자전략가는 "관건은 EU(유럽연합)에 대한 아시아의 수출이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의 대유럽 수출은 연간 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반스 전략가는 아시아 경제가 계속해서 견고한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시아 기업들의 주당순익은 올해 6%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이는 지난해에 기록한 20% 감소에 비하면 낙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가 전세계적인 성장 둔화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영향을 모두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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