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일자리 창출 규모,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국제유가 동향 및 내수경기 상황 등을 감안해 지난 3월 발표했던 경제지표 전망치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일부 지표의 경우 대폭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경제 연구기관들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춘데 이어 정부도 현재 경제 상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 경제성장률 5%도 위태 =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매년 7% 성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취임 직후인 3월 성장률 전망치를 6% 내외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다음 달 새로 발표하는 경제운용방향에서는 5%대로 낮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6%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수정한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5.0%에서 각각 4.7%와 4.9%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5.0%에서 4.8%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4.3%로 낮췄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성장률이 4.5%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하는 새 성장률 전망치를 5%대로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4%대로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물가상승률 전망치 4% 넘길까 =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가량 상승했고 지난 5월 상승률은 무려 4.9%에 달했다.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5%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과 재정부도 "물가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3.3%의 물가상승률은 대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초점은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4%를 넘기느냐다.
이미 정부가 경제 정책의 방향을 성장에서 물가로 선회한 만큼 3%대 중후반 수준의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정부도 3%대 물가성장률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신규 취업자 20만명대 유지할 듯 = 정부는 올해 35만개 가량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공언했다.
현재까지 정부의 공언은 허풍에 불과한 상황이다. 올 들어 신규 취업자 증가 수는 1월 23만5000명, 2월 21만명, 3월 18만4000명, 4월 19만1000명, 5월 18만1000명으로 20만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정부도 올해 취업자 증가 수가 지난해(28만명)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시인했다.
경제성장률 하락에 내수 위축까지 겹친 현재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일단 다음달 발표하는 신규 취업자 규모를 20만명대 후반으로 재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 무역수지 11년 만에 첫 적자 우려 = 주요 경기지표 중 가장 심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무역수지 전망치다. 다른 지표는 하향 조정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역수지 전망치는 흑자에서 적자로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무역수지는 52억2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130억달러 흑자 달성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적자 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유가가 폭등하면서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 1997년 이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두바이유 가격은 13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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