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이 요동치면서 고삐가 풀려버렸다. 사실상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그동안 폭등세를 보이며 초강세 행진을 지속했던 국제유가는 7월 들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지정학적 불안과 수요 증가, 달러화 가치 하락, 기후 등의 영향에 따라 반등하고 있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다 최근 들어 110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바닥을 치는 모습이다.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과거 저유가 시대로의 회귀는 불가능해 졌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중질유분해시설을 확충함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자원 확보는 물론 단순한 정유회사가 아닌 석유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국영석유기업과 손을 잡는 한편,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초고유가 상황 지속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수출 주력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를 보면 고유가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유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석유의존도를 낮출 수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추진됐던 정유산업이 어느덧 시나브로 세계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유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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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투자´ 글로벌 시장서 살기 위한 몸부림
국내 정유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생산시설 효율화’와 ‘글로벌’로 요약된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정유업계의 경우 국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넘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수입해 오는 원유의 효율적인 처리가 곧 생존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업계는 이미 포화상태가 된 내수 시장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고유가가 시작된 순간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전 세계적인 환경기준 강화 등으로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벙커-C유의 효율적인 활용이다.
현재 고유황 벙커-C유의 경우 정제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석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원유가격보다도 적게는 배럴당 20달러, 많게는 30달러 이상까지도 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발전용, 산업용, 선박용으로 사용돼 왔지만 대기환경보존을 위한 움직임으로 갈수록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경우 수조원이 투입되는 중질유분해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중질유분해시설은 수요가 줄고 있는 벙커-C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등·경유, 나프타 등을 생산하기 때문에 ‘지상유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일일 석유수요는 약 230만배럴. 하지만 국내 정유 4사의 생산능력은 290만배럴에 육박하고 있다. 수출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품질’은 기본이다.
다행히도 현재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휘발유와 경유제품의 황 함량은 국내 기준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사실상 황 성분이 거의 없는 무황(sulfur-free) 수준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휘발유 제품에 있어 O3(오존) 형성물질 및 각종 유해물질 발생의 원인이 되는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함량과 자연 상태에서 휘발돼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증기압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정유사들의 잇따른 중질유분해시설 확충 움직임은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향후 석유제품 수요 경질화 및 고급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원유정제 과정에서 병산되는 중유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중질유분해시설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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