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가 환율이 1188.8원으로 4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원화가치 초약세 행진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정유업계 환차손은 물론 석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 감소 등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도 환율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올 들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달리 원화가치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환율불안을 부채질했지만 주요 원인은 국내 경상수지 적자의 우려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무역수지는 5월을 제외하고 매달 적자를 보였으며, 8월까지 누적적자 규모가 123억달러에 이른다.
상반기 환율급등 때는 잠시 수출호재를 맞기도 했지만 내수경기는 형편없었고 지금까지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상승 압력도 커져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키코에 가입한 중소업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내 고용사정도 좋지 않고 가계 대출금리는 높아져 한 가구의 신용위험이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상황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정유업계가 2분기 때 고유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도 내수가 아닌 수출로 획득한 소득이란 점은 이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만들어낸 결과이다.
국제유가는 상반기 때와 달리 서서히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하락폭이 기대에 못미치고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쳐 국내 수출마저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도 국내 70% 이상의 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 업종과 달리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대외적 영향과 직결한다. 정유사가 국내 에너지 공급원의 대표기업으로서 정제마진도 감소하는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공급가 공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서민을 위한 것이라면 실제 피부에 와닿는 가격인하가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미온적이다. 상반기 때만 봐도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는 떨어지고 있었지만 주유소에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인위적 정부개입이 능사가 아니란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들어서만 고유가에 따른 서민들의 유가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정책들이 펼쳐졌다. 정유사의 공급 가격을 월단위에서 주단위로 바꾸고 주별로 잠정치를, 월별로 확정치를 공개해 석유제품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해왔다.
또 석유제품 관세율 인하와 유통업계 주유업 진출허가, 전국 주유소가격 비교사이트인 오피넷 운영 등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낳은 결과는 냉랭한 시장반응 뿐이다.
또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바람을 일으켜 국내 에너지공급원의 대표기업인 정유사들의 위상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CEO의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 지 주목받고 있는 대목이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은 “정부 녹색성장을 계속 추진하다보면 정유업계 위상에 변화를 줄 수 있고 매출도 감소할 수 있다”며 “해외 정유사처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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