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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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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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파를 줄이고 세계경기 침체에 선제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황상태(패닉)로 몰아넣은 뒤 12일로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금융위기는 진정 기미없이 오히려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번지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 기간 극도로 비정상적인 흐름을 노출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연일 요동치며 1500원선 턱밑에서 출렁였고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230포인트 넘게 추락한 1240선까지 주저앉았다.

◆"정부 신뢰상실 위기 키워"=특히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못하고 시장신뢰를 얻는데 실패한 탓에 다른 나라보다 이번 위기 충격파가 더 커졌다는 비난이다.

리먼 파산 직전인 지난달 12일 1109원이던 원ㆍ달러 환율은 사태 직후인 16일 1160원으로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도 환율은 연일 폭등하며 9일에는 장중 1485원까지 치솟았다가 10일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1309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상승요인은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이 기간 환율상승률은 19.6%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리먼 사태를 전후로 1477.92포인트(9월12일)에서 10일 현재 1241.47포인트로 급락했다.

세계경제 소방수 역할을 해온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탓에 미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전세계적으로 한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0.6%에서 0.1%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 또한 1.7%에서 0.6로, 일본은 1.5%에서 0.5%, 중국은 10%대에서 9%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EU, 중국, 일본이 성장둔화세로 돌아선다면 향후 수출부진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수출침체와 투자ㆍ고용 악화, 건설산업 불황을 비롯한 악재들이 곳곳에서 국내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위기관리 TF 만들어야"=정부가 종전과는 다른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데 경제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금융시장 시스템 안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으로 흩어진 금융시장 관리체계를 위기관리 테스크포스(TF) 팀으로 개편해야만 시장신뢰를 얻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 경제팀은 올들어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와 양치기 소년처럼 수차례 실언을 반복하면서 말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시장에서 위기관리를 맡았던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정부 경제팀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수술은 경험 많은 노련한 의사에게 맡겨야지 가정의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실물경제 침체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 불안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했지만 무역수지 적자도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한몫한 만큼 무역수지 방어대책이 급하기 때문이다. 무역적자 주범인 국제유가와 원자재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점은 올 4분기(10~12월) 흑자전환 청신호로 여겨지지만 부동산가격 폭락은 금융기관 동반부실과 시장 패닉으로 이어지는 만큼 건설산업 회생대책이 시급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줄도산 사태에 처한다면 투기 잡으려다 건설산업 자체를 망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무역수지 방어와 건설산업 소생을 위한 세제지원과 규제완화를 비롯한 다각적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내년 재정운용에서 융통성을 살리는 동시에 공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선진화작업을 충실히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과 가계는 물론 외국인투자자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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