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만은 확실해졌다. 미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가 전망한 -0.5%보다는 좋은 것이지만 7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 상무부는 30일(현지시간)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의 연 2.8%에서 -0.3%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0.2%의 성장을 기록한 이후 다시 마이너스 권으로 진입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확실한 침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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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7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문제는 소비지출이었다. 상무부는 3분기 소비지출이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물론 28년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경제의 전망 역시 더욱 어두워졌다는 평가다.
톰슨 로이터 IFR 마켓의 제프 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 성장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경제 엔진이 식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민들의 소득이 줄고 있다는 것이 소비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실질소득은 8.7% 감소했다. 이는 1947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전분기에 세금환급 효과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셈이 됐다.
'주식회사 미국' 역시 신용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몸을 사리고 있다. 3분기 기업투자는 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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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DP 성장률 추이 (출처: 미 상무부) |
그나마 정부지출과 수출이 양호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상무부는 3분기 정부지출이 5.8% 늘었고 수출은 5.9%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가는 18년래 최대폭으로 올랐지만 최근 유가 하락과 함께 추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5.4% 상승해 199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이는 2년래 최대폭이다.
문제는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경제가 회복할 기대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에단 해리스 리서치 책임자는 "9월말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4분기 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면서 "4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2~4%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경기침체를 정확히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오늘 GDP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섰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면서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 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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