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 여파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와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은행의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확대됐으며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연체율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낮아지고 있고 이익창출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국민.씨티.수출입銀 BIS 비율 10% 이하
국내 18개 은행의 올해 9월 말 BIS 비율(이하 바젤Ⅱ기준)은 10.79%로 6월 말에 비해 0.57%포인트 하락했다. 바젤Ⅰ기준으로 본 은행 평균 BIS 비율은 10.61%포인트로 같은 기간 0.94%포인트나 악화됐다.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이 6조4천억원 감소했고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위험가중자산이 4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 하나, 외환, 대구, 부산, 농협, 수협 등 7개 은행은 상승한 반면 신한, SC제일, 씨티, 국민, 광주, 제주, 전북, 경남, 산업, 기업, 수출입 등은 11개 은행은 하락했다.
특히 국민(9.76%)과 씨티(9.50%), 수출입(8.75%) 등 3개 은행은 BIS 비율이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금감원은 은행 BIS 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며 10% 이상(자본적정성 1등급)은 우량 은행으로 구분한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3개월 이상 연체)도 9월 말 기준 0.81%로 작년 말 대비 0.09% 상승해 자산건전성이 악화됐다.
기업대출의 부실비율이 0.92%로 0.12%포인트, 신용카드채권은 1.10%로 0.14%포인트 높아진 반면 가계대출은 0.53%로 0.01% 낮아졌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은행은 대손상각(2조6천억원), 담보처분(2조6천억원), 여신정상화(1조8천억원) 등의 방법으로 부실채권 8조7천억원을 정리했다.
금감원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부실채권비율이 지속적인 하락추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 은행의 충당금적립액과 당기순이익 수준을 고려했을 때 부실화 위험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1~9월 은행 순이익 36.2% 감소
국내 은행들의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한 체력도 약화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8조4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2% 감소했다. 작년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9월 누적 순이익은 15.7% 줄었다.
금감원은 부실여신이 늘어나면서 충당금 전입액이 4조7천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2조2천억원 늘어난 데다 증시침체와 채권가격 하락 여파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5조9천억원 감소했다며 실적악화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자이익은 수익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작년 동기 대비 5.9% 늘어난 24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1~9월 국내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는 0.7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41%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0.59%포인트, 6.91%포인트 하락했다.
금감원은 국내외 경기둔화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은행들에 부실여신의 조기정리와 사후여신관리 강화를 유도하는 한편 자기자본의 확충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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