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SC제일銀 반대 입장 표명
국민·우리은행도 경영간섭 우려 자력조달 추진
16개 은행들이 정부와 대외채무 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외화지급보증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은행들의 대외채무를 1000억달러까지 지급 보증해주는 대신 은행들이 경영간섭을 받을 수 있도록 MOU를 맺을 것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MOU를 체결하더라도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대신 가급적 자력으로 해외차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급보증 대상인 18개 은행 중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2곳을 제외한 16개 은행이 10일까지 MOU 세부 이행 계획서를 제출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두 곳 은행도 우리나라에서 영업중인데다 중소·가계대출이 있어 경영합리화와 중기대출 등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내용의 MOU는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 은행은 본점이 해외에 있어 외화지급을 받고 있어 타 은행에 비해 정부의 지급보증 필요성은 낮다"며 지급보증 관련 이행각서는 체결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16개 은행이 제출한 이행 계획안에 은행장 등 임원 연봉 삭감과 스톡옵션 축소, 정부의 대지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구노력, 자본확충 계획, 중기대출 확대와 가계대출 부담 완화 계획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임원 급여 삭감 또는 반납할 것을 약속했고, 신한은행은 스톡옵션을 포함한 임원 급여 삭감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배당과 관련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2%, 기본자본 8%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적정 배당한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부와 MOU를 체결하되 지급보증 신청은 최대한 억제하고 가급적 자력으로 외화를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으로 이미 어느정도 '보증의 효과'를 누렸고 지급보증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지급보증료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
무엇보다 지급보증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정부의 경영간섭이 은행측에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임원 봉급 삭감 등 비용절감과 함께 실물경제 유동성 지원 의무를 지게 되며, 금감원의 점검결과 MOU이행이 불성실한 경우 보증 수수료 인상, 임원제재, 보증채무에 대한 담보제공 등의 제재도 받게 된다.
다만, 은행들은 실제 지급보증을 받지 않으면 MOU를 이행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지급보증을 받지 않으면 MOU 이행사항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지급보증 관련 제재(보증한도 축소 및 수수료 인상)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중기 지원 등의 시행을 준수하지 않으면 감독권을 통한 제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최대한 자력으로 해외자금을 유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도저히 외화 차입이 불가능할 때만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지급보증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라며 "가능한 한 자체 신용도를 이용해 외화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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