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대출확대, 단기성과에 집착
금융위기로 금산분리 완화 탄력받아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에 대해 도적적 해이를 언급하며 다시 쓴소리를 했다.
전 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시장 투자자설명회(IR)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3년간 국내 은행들이 대출 확대로 자산을 늘리면서 단기적인 성과에 따른 보상을 해왔다"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높아지는 등 은행들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전 위원장은 "문제가 생기면 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채권을 팔아서 대출을 더 늘려왔다"며 "이것이 파이낸셜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계속 지적하는 사항"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장사를 쉽게 하고 보상은 많이 받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은행들은 절대 주주가 없어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경영진에 대한 보상 등을 정해왔다"며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등 성과보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은행의 무분별한 경영과 감독기관의 감독 책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불을 끄기 바쁜 상황으로 인화물질을 왜 여기 놔뒀는지, 방화벽을 제대로 안 했는지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 위원장은 "시중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늘리는 금산분리 완화 방안이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더 탄력을 받게 됐다"며 "이를 통해 국내 은행의 자금 조달원을 다양화하고 모럴헤저드의 소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리먼브라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IB)이 몰락한 배경에는 단기 성과에 급급했던 경영진의 모럴헤저드가 있었다"며 "산업자본이 중장기적으로 은행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책임 경영이 가능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주주가 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하지 못 하도록 사전·사후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 전 위원장은 "선제적 대응이 좋은 측면도 있지만 은행이나 기업이 자구노력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저해하는 정책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정부가 강제로 자본을 확충한다고 하면 시장이나 외국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자본 확충을 해달라는 은행도 지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위원장은 이날 만난 씨티은행 관계자들이 국내 은행들을 부러워했다고 전한 뒤 "현재 10.6%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이나 증자 등을 통해 연말까지 11~12%로 높아질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국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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