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독립법인대리점(GA)에 보험상품 계약을 알선해주고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불법 판매 행위가 성행하면서 시행 석 달째를 맞은 교차판매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이 GA를 통해 상대 업종의 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한 보험설계사는 "지난 9월1일부터 교차판매가 허용돼 생보 설계사들도 손보 상품을 팔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따고 특정 손보사와 상품 판매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지금도 GA를 거치면 여러 손보사의 다양한 상품을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들이 직접 교차판매 상품을 판매하기 보다 GA를 통한 상품 판매를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판매하지 않고 GA에 계약 건수를 알선해주면 자동차보험의 경우 10~13%, 장기보험은 최대 20% 가량의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다.
이같은 판매 방식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보험업법 85조에 명기된 '1사 전속주의'에 따라 보험설계사는 자신이 소속된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사 전속주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유일한 예외 조항이 교차판매 제도다.
보험설계사가 소개한 GA를 통해 상품에 가입할 경우 불완전 판매가 될 가능성도 높다.
상품 소개는 보험설계사가 담당하지만 계약 체결 후 사후 관리는 GA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감독 당국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보험영업감독팀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와 GA 사이에서 보험설계사들이 계약 알선 행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말로써 이뤄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보가 없으면 적발하기가 어렵다"며 감독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어렵게 자격증을 따서 교차판매 상품을 판매할 설계사가 있겠느냐"며 "실제 보험 계약은 GA와 맺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생겨도 설계사가 책임질 부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이해관계 충돌로 논란을 빚다가 어렵게 시행된 교차판매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좌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