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출연하는데 동의하기로 했으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지준율을 예전 수준으로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날 채권안정펀드와 관련한 모임을 갖고 펀드 조성에 반대하지 않지만 펀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준율 인하, 한은의 환매조건부(RP) 방식 지원, 운영 투명성 제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한은이 요구불예금 등 기타예금의 지급준비율을 7.0%에서 종전처럼 5.0%로 낮춰주면 6조원 안팎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채권안정펀드에 출연할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 2006년 12월 주택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지준율을 2.0% 포인트 인상해 유동성을 흡수했는데 지금은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지준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은행들은 강조했다.
은행들은 또 한은이 채안펀드 관련 지원을 할 때 RP 방식 위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고채와 통안증권은 대부분 외화차입 관련 담보가 설정돼 있어 팔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한은의 도움 없이도 시장에서 처분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고채 단순매입과 통안증권 중도환매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는 방침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채권안정펀드가 조성되고 나면 신보나 기보에서 전액 보증을 해주거나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되사주는 방식으로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를 없애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펀드가 매입할 채권은 대부분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BIS기준 비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문위원회에 은행측 위원의 비중을 높이고 운용위원회를 자산운용사 밖에 설치하는 한편, 특정회사 채권에 부적절하게 집중 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건의 내용은 펀드가 제 역할을 하고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요건"이라면서 "이 부분이 명확해져야 은행들이 자금 조성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은은 애초부터 RP방식도 병행하겠다고 밝혔으므로 방침에 변화가 없으며 지준율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채권안정펀드에서 산업은행 2조원을 포함해 모두 8조원을 부담하게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