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검증의정서 초안과 관련, '시료채취' 용어 대신 이를 의미하는 표현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소식통은 9일 이틀째 회의가 끝난 뒤 "시료채취와 관련된 의정서 초안의 내용은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참가국 모두 크게 쟁점으로 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료채취는)문구 자체보다는 의미가 들어가면 되는 사항"이라면서 "문제는 다른 대목"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의정서 초안에 과학적 절차와 시료채취 등 미국의 요구가 반영돼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해도 무방하다(It`s fair to say yes)"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의정서 초안에는 검증방법과 관련, '과학적 절차를 포함한 국제적 검증기준을 적용한다'는 식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소식통은 "검증의 주체와 대상 등 다른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과정에서 수행할 역할 규정과 검증 대상 가운데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강화를 위해 북한의 향후 NPT 복귀문제를 언급하는 문구를 삽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전 9시50분(현지시간)께 열린 이틀째 전체회의에서 검증의정서 초안을 제시했다.
4쪽 분량의 초안은 검증의 주체, 대상, 방법, 시기 등에 대한 원칙을 담고 있으며 미국과 북한이 지난 10월 평양에서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하면서 각국의 의견을 수렴한 내용이라고 회담 소식통이 전했다.
참가국들은 의정서 초안을 받은 직후 검토를 위해 전체회의를 휴회했으며 이날 오후 중국측이 각국의 의견을 듣기 위해 양자접촉을 수시로 진행했다.
중국은 10일 오전 다시 전체회의를 소집, 각국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참가국들이 중국의 수정안에 동의할 경우 이번 회담은 10일 폐막할 가능성이 있으나 쟁점에 대한 의견조율이 길어질 경우 회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검증초안에 대해 "각국 간에 크고 작은 편차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측 검증 초안은 진지한 검토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우리로서는 검증에 관한 토의의 기초로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다시 이뤄진 남북 양자회동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전반적인 의제와 검증의정서, 6자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한 관련국들의 협조에 대해 포괄적으로 얘기했다"고만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측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 자격으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방안도 이날 참가국들에 제시했다면서 "북측과의 협의에서 별 문제는 없었고 나머지 6자 참가국들도 우리 계획에 대해 전반적으로 반대나 이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 가지(검증과 에너지 지원)는 포괄적으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고 말해 검증과 에너지 지원을 연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 소식통은 합의문서의 성격에 대해 "비핵화 의장국인 중국이 검증의정서, 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한국이 에너지 지원계획서,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인 러시아가 관련 문서를 제시하면 6자회담 의장인 중국이 총괄 합의문서를 만들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민감한 현안은 별도의 양해각서에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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