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매도프라는 미국인이 벌인 희대의 금융 사기극에 국내 기관투자가와 금융기관도 1300억원 가량을 물린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이 잠정 집계한 금액만 이 정도다.
지난 9월 터졌던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처음에는 쉬쉬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려져 있던 손실 규모가 하나씩 드러나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투자 전략과 사후 관리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12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자기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도 모른 채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다.
자산운용사들은 문제가 된 페어필드 센트리라는 헤지펀드가 지난 18년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사실만 믿고 투자를 감행했다.
안정적인 수익률의 비밀은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원금으로 이전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Ponzi)라는 다단계 방식의 금융 사기 기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어느 자산운용사도 헤지펀드가 투자자에게 설명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직접 점검하는 실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사기극에 휘말린 금융기관들은 뒤늦게 자금 회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투자금을 돌려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의 특성상 뒷사람의 돈이 앞사람의 수익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매를 조금이라도 늦게 맞겠다는 심보로 손실 규모를 축소해 발표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보다도 많은 돈을 날릴 처지에 놓인 대한생명은 15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자금이 3000만달러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나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대한생명의 투자금은 5000만달러라는 금융감독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와 같은 악재가 얼마나 더 쏟아져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앞으로는 물론 지나온 행보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공부하는 자세를 갖지 않는 한 금융위기 극복은 요원한 일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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