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하면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말이 나올만큼 끝없이 추락한 제품가격 하락
때문에 시장구조의 재편바람이 불었다는 점이다.
◆반도체, 치킨게임의 종착역에 도달
올해 반도체업계는 200㎜ D램 생산라인이 대규모로 퇴출되면서 300㎜가 주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D램,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2년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업체들간의 치킨게임은 종착역에 도달했다.
D램시장의 경우 그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업계 2, 3위의 하이닉스반도체와 일본 멜피다가 감산에 들어가 시장점유율에서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낸드 플래시시장 경우도 삼성전자를 추격하던 2위 도시바의 기세가 꺾였다.
이처럼 반도체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격하락이다.
올초 1.9달러였던 1기가비트(Gb) D램 가격은 현재 1.09달러로 하락했고, 3.34달러에 달했던 8Gb 낸드플래시 가격도 0.60달러로 1년새 3분의 1토막이 났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전자 또한 올 4분기에는 흑자규모가 소규모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200㎜생산공장의 퇴출도 가속화됐다. 하이닉스는 지난 9월부터 청주 M9, 이천 M7, 미국 유진공장의 E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우시의 HC1 라인도 내년초에 중단할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내년부터 200㎜생산라인을 청주 M8라인만 보유하게 됐고, 300㎜라인은 이천 M10, 중국 우시의 C2, 청주 M11 등 3개의 생산라인을 갖게 됐다.
◆ 디스플레이, 국내 업체들 글로벌시장 점유율 상승
올 한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거세게 몰아치기는 디스플레이업계도 마찬가지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LCD패널 가격으로 인해 결국 이달 24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파주∙구미 LCD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대만 업체들도 30∼40% 감산에 들어간 상태로 디스플레이업계 전반에 감산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수익성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시황이 악화되면서 지난달까지 5% 정도에서 조절했던 생산량을 이달부터는 조절폭을 10% 수준까지 늘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세계 LCD업계에 불황의 그늘은 짙어지고 있지만, 세계시장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D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게 올해의 특징중 하나다.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LCD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지난 10월 53.4%에서 11월에는 57.9%로 두달연속 50%를 돌파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에 32.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이에 반해 AUO•CMO 등 대만 LCD 업계의 총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1월만해도 44%로 국내 LCD 업계와 동률까지 기록했으나, 올 11월에는 28%로 떨어졌다.
이처럼 불황속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LCD패널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지다, 하반기부터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재붕, 정경진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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