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물리적으로 3월까지 대금 납부 어려워”
산은 “29일 본 계약은 기존 MOU계획대로”
“돈이 없다.”
한화컨소시엄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자금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한화 측의 자금 마련계획이 사실상 좌절됐음은 물론 대우조선 매각 주체인 한국산업은행은 양해각서(MOU) 체결 내용대로 오는 29일 본 계약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확률도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2~3조원 외에 대한생명 지분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 컨소시엄 안팎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3조원, 계열사인 한화건설을 통한 자금조달 등 총 8조 정도를 대우조선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루트로 당초 계획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시 한화는 서울 장교동 본사, 소공동 사옥, 시흥군자매립지와 같은 보유부동산을 매각해서라도 인수자금을 충당한다는 복안이었다.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한화의 대우조선 입찰가가 6조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여유까지 느껴지는 규모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있고 주식시장이 이렇다 할 반등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이른바 ‘3중고’가 한화의 자금조달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하나은행, 외환은행, 농협 등 금융권 투자자 및 외국계 투자자들 모두 최근 투자금액을 6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면서 “물리적으로 3월 말(인수 잔금 납부 시한)까지 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 측에 납부 시한 연기와 잔금 분할 납부를 제안했으나 이를 산은 측이 받아들여 줄지는 알 수 없다”면서 “매각작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칼자루는 산은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 측은 한화의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대우 산은 기업금융4실장은 “본 계약 및 잔금납부와 같은 대우조선매각절차는 MOU내용대로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면 한화가 납부한 이행보증금은 몰수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컨소시엄은 지난달 19일 산은과 MOU를 체결하면서 인수대금의 5% 가량인 약 3000억원(시장 추정치)을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한 바 있다.
한 실장은 “만약 계약이 무산된다면 내부 검토를 걸쳐 재입찰 등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방침을 새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약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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