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주고를 안겨주며 건설업계의 효자노릇을 했던 해외건설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침체된 국내시장 대신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국내 건설기업들의 연초 해외 수주액 증가세도 예년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1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따낸 공사 금액은 모두 9억372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억378만달러)에 비해 66% 줄었다. 이는 지난 2006년(14억520만달러)과 2007년(14억2626만달러) 실적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지난 2005년(1억2232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특히 같은 기간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금액은 모두 9억2762만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99%에 달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14억6688만달러에 비하면 63%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게 가장 큰 해외시장인 중동지역의 경제성장이 둔화돼 공사 발주 규모가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줄어든 석유 수요는 국제 유가 급락으로 이어져 중동에서는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주경쟁 심화 등에 따라 입찰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액 증가세도 지난해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수주실적은 81억2000만달러로 작년 동기(141억1500만달러)보다 43%나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말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실적(476억달러)보다 14% 가량 적은 410억달러로 낮춰잡았다. 협회는 중동지역 수주는 270억달러로 지난해(272억달러)와 비슷하겠지만 아시아지역 수주는 지난해(147억달러)의 70% 수준인 1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역시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실적 대비 16% 적은 400억달러로 낮췄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건설시장에 대해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해외건설과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금융위기 이전의 발주 물량이 남아 있는 만큼 올 하반기까지는 불황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유동성 위기와 구조조정 등 당면한 현안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 의지는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국내 환경 탓에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에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리나라의 수주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고부가가치의 공사 수주를 통해 올해 수주 목표액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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