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기존 `선(先) 진상규명.후(後) 책임추궁'이란 당론에서 한발 물러나 민심 악화를 우려, 청와대에 `설 전 수습'을 압박했지만 정작 청와대는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조기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청와대와의 시각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의 깊어가는 `고심' = 김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내정자를 교체할 경우와 교체하지 않을 경우에 따른 파장이 모두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초지일관 `선(先) 진상규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참극이 빚어졌는데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특정인의 거취가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은 합리적, 이성적인 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조기교체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비치는데 대해 일단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마당에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것과, 만일 김 내정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깨끗하게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깊은 고민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가 물러날 경우 야당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를 다음 타깃으로 삼을 수 있고, 그러면 자칫 상황만 더 꼬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강경론자들은 현재 "야당의 정치공세와 여론에 무원칙하게 밀리면 안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도 사건이 터졌다고 해서 무조건 자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김 내정자 거취에 대한 결정이 설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와 함께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지만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엇박자속 `조기수습' 강조 = 한나라당은 이날 `선 진상규명.후 책임추궁'이라는 당론에서 일보 후퇴, 사태 조기수습을 위해 `설 전 중간발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설 연휴 이후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당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
당초 '선 진상규명'에 무게를 두었던 박희태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사태파악을 위해서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관계당국이 현재까지 밝혀진 진상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정부가 진상조사 절차에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일 경우 설 민심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사건을 조기에 매듭짓자는 얘기다. 사건 진상에 대한 중간발표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책임자 문책 수순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중간발표가 이뤄질 경우 김 경찰청장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야당이 국정조사까지 추진하는 등 정치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김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퇴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한나라당 내 전반적 기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전날 `선 진상규명'이란 당론에 맞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조기 문책론'을 내세우는 등 엇박자 속에 나온 것이어서 `갈짓자 걸음을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당직자 회의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불참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입을 닫았지만, 여전히 사건의 조기 수습을 위해서는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후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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