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공공기관화 법적근거도 없어"
전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증권선물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을 정부가 강행하려 하고 있어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역행하는 관치금융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주식회사인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헌법이 정한 주주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OECD 국가 사례 없어=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 통제 아래 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등록된 56개 회원사도 모두 거래소를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요 국가가 거래소를 민영화한 것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A증권사 관계자는 "전세계 거래소는 글로벌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거래소간 인수ㆍ합병(M&A)이나 지분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있어 민영 거래소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거래소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급변하는 세계 자본시장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거래소 가운데 북미, 유럽, 아시아ㆍ태평양, 남미에서 13개 거래소가 이미 상장을 마쳤다"며 "국내에서도 거래소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공공기관 지정이 강행된다면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민간기업 공영화 헌법위반=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위헌이란 여론도 비등하다. B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는 정부 지원이 없는 주식회사이자 증권사가 대주주인 명백한 민간기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런 사기업을 정부가 나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면 헌법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126조는 국가안보를 포함한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영기업을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법무 검토 결과도 이미 헌법 침해로 나왔다"며 "이를 근거로 위헌 소송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988년 3월 전격 민영화된 거래소가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관치금융 논란도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시 80년대로 되돌아가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것만 같다"며 "한쪽에선 공기업 민영화에 여념이 없는데 거래소만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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