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근로자 직원들의 사망원인 중 하나가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임종환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의 소견을 인용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의문사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한국타이어 문제는 1996~2007년의 기간 중 93명의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래 지난해 한 차례의 산업안전연구원 역학조사가 진행됐으며, 국감서 질의가 진행된 바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해에도 특발섬 폐섬유증, 폐질환 등으로 추가 사망자 3명이 나오자 산재상담소를 설치해 정밀한 사망원인 규명 및 추가 피해자 사례수집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홍남 대책위 조직부장은 “2007년까지 확인된 93명의 사망자 이외에도 이후 조사한 결과 그 기간을 비롯해 2008년까지 16명의 추가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한국타이어공장 근로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산업재해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타이어의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동종업계에 비해 산업재해율이 10배 가량 떨어지는 등 산재은폐를 위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사측의 압박에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던 김은아 한국산업연구원 팀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직문화도 질병의 간접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조직문화 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돼 현재 2~3차례 조사를 실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산재보상체계가 이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유발시키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보상체 대해 “타이어 같은 화학산업은 초미세먼지 등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유독물질이 많아 직업병 인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산재보험률을 낮추기 위해 산재를 인정하기 보다는 기업과 근로자간의 개인적 합의인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그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노무법인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12년간 93명의 사망자는 결코 자연사망률보다 높지 않은 수치”라며 “문제가 생긴 후 사업장 환경을 개선했으며 법적으로 요구되는 조사도 모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위 관계자는 “노동력이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과 일반 자연 사망자를 비교 대상으로 놓을 수 없다”며 “사실을 축소하려고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 근로자들의 복지를 생각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화학 제품이 사용되는 타이어공장 작업환경을 1차 원인으로 꼽고 있다. 타이어산업은 다른 나라에서도 암 유발 위험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 한국타이어 사망사건에서 제기된 초미세먼지를 비롯해 유기용제나 타이어를 찔 때 나오는 고무흄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데다 고열과 과로로 인한 위험도 타 업종에 비해 높다는 것.
실제 동종업계인 금호타이어 역시 광주 곡성 공장이 산재 다발 업체로 꼽히고 있으며 업무 연관성이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2007년 3명이 의문사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