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4년만의 개정을 통해 그동안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완화가 필요한 부분은 풀어주고, 제도화할 것은 규칙으로 못박아 보강했다. 외청장회의가 신설되고 외청장들의 '사전보고' 규정이 추가되면서 재정부 장관의 외청 장악력이 크게 강화됐다.
◇ 외청장회의 도입..해외출장 사전보고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개정된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에 관한 규칙'은 재정경제원 시절인 1995년 9월 제정된 것을 대폭 손질했다. 개정내용의 핵심은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외청장회의를 도입한 것이다.
분기별로 외청장회의를 소집해 재정부 장관이 청별 업무추진현황을 보고받고 중요정책에 대해서는 협의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재정부 장관이 외청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회의를 연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필요할 때는 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이 외청 기획조정관회의도 열기로 했다.
여기에는 재정부의 외청이 국세.관세.조달.통계청 등 4개나 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휘규칙이 있는 곳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환경부, 국방부 등이지만 이들 부처는 외청이 1~2곳이어서 굳이 회의를 열 필요가 없다.
다른 부처의 지휘규칙에는 찾아보기 힘든 '사전 보고' 조항도 추가됐다. 직제 개정 요구사항이나 청장의 국제회의 참석 및 해외출장 관련사항에 대해서는 미리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사항'에는 재정부 장관의 지시사항에 대한 추진계획 및 실적도 추가됐다.
다만 인사 관련 조항은 종전보다 완화됐다. 과거에는 4급 이상 전출입의 요구.동의나 4급 이상 징계의결요구를 할 때 꼭 재정부 장관을 거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고위공무원단 공무원에 대한 승진 명령에 대해 사후 보고만 하도록 한 것이다.
◇ 군기 잡기 vs 유대.소통 강화
이처럼 신설되거나 추가된 조항들 때문에 재정부 장관의 외청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은 물론 '군기 잡기'로 보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개정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무성하다.
실례로 지난해 봄 재정부 장관에게 아무 전갈 없이 청장 한 명이 해외 출장을 나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도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출장을 미리 보고토록 한 점도 이런 사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외견상 재정부와 상대적 거리감이 감지되는 국세청을 겨냥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시각의 바닥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종합부동산세 납세대상자의 연소득 자료를 놓고 재정부 장관은 "국세청 자료"라고 했지만 국세청장은 "그런 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혼선을 빚었고, 종부세 위헌심판에 대한 국세청 의견서 제출 여부에 대한 입장도 온도차를 보였다.
지휘규칙 개정작업이 지방국세청 폐지나 외부 감시위원회 설치가 쟁점이 되고 있는 국세청 개편 작업과 시기적으로 맞물린 점도 이런 관측을 키우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공교롭게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난 10일 시행됐지만 올해 연초 강만수 장관 시절에 본격적인 개정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재정부와 외청들은 이런 시각을 경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에 대해 "업무상 정보공유가 필요한데다 유기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외청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며 "외청장회의는 규정이 없어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제도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출장 사전보고에 대해서도 "지금도 총리실에 보고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하고 있던 것을 그동안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청 관계자도 "큰 의미는 없으며 오히려 인사 부분은 삭제된 부분도 있다"며 억측을 경계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 정책공조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재정부 장관의 외청 장악력 강화 차원인지는 향후 외청장회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공석인 국세청장이 임명되면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의가 어떻게 운용될지는 나중에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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