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택지개발지구를 조성하면서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동탄, 마곡, 문정, 신내, 위례, 향동, 회천 등 수도권개발지역에 13~17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땅주인 손으로 들어간다.
과거엔 토지보상이 시작되면 보상금을 받은 땅주인들이 다시 부동산에 재투자해 주변 땅을 사면서 인근 지역 땅값이 오른다고 해서 토지보상금은 분명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 중랑구 묵동 신내5단지 대림아파트 125㎡형의 매매가는 4억5000만원. 작년 9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1억원이 떨어진 것이다. 2006년 최고 6억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1억5000만원이 떨어졌다.
신내동 부림공인 김세근 대표는 "토지보상금을 받은 보상자들이 수요자가 돼 몰리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보니 보상자들이 보상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집값이 더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랑구 신내지구(제3택지개발지구)의 토지보상규모는 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보상금 지급이 완료됐다.
고양시 향동지구에서는 집값이 소폭 올랐으나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향동 대성공인 박순래 대표는 "부동산을 통해 갑자기 큰 돈을 갖게 됐어도 부동산에 다시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며 "전화 문의만 올 뿐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고양시 행신동 주공4단지 서정마을 휴먼시아 106㎡형은 올해들어 최고 6000만원 가량 올라 현재 3억7000만~4억원의 매매가가 형성돼 있으나 거래없이 잠잠하다.
한편 한국토지공사측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에서 1조5000억원의 보상금 지급이 20일 완료된다. 토지보상금에는 세금 감면혜택을 둬 8년 이상 자경농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감면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된다.
문정동 우리공인 남기찬 대표는 "몇 백억, 몇 십억을 받은 보상자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부동산에 투자하러 오는 고객은 현재로선 없다"며 “문정과 위례지구에서 지급된 토지보상금의 10분의 1만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와도 시장이 살아날 텐데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 시기도 불명확한데다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 보상자들이 쉽게 돈을 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정동 가락시장 앞 훼미리아파트 105㎡(B)형은 7억원이 매겨져 있다. 지난해 말 5억3000만원선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최고 1억7000만원이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토지보상금 지급은 현재 중랑구 신내와 고양 향동, 양주 회천지구는 100% 완료되고 문정과 위례, 마곡지구 등은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토지보상금을 유치하고자 지역농협, 은행, 증권사마다 특별상품을 출시하는 등 금융상품을 내걸고 수용주민에게 홍보에 나섰다.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의 영향으로 토지보상금으로 지급된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상품과 우량 회사채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금융권에서도 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증권은 문정, 위례, 마곡, 회천지구에 현재 토지보상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절세방안 제시와 보상금 수령 증권계좌 개설 등을 돕고 있다. 또 현지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와 설명회 등을 펼쳐 올해 들어 1300억원을 유치했다.
박미경 한국증권 PB본부 상무는 “금융위기로 투자 분위기가 냉각된 상황에서 단기에 뭉칫돈을 유치할 수 있고 해당 고객이 나중에 VIP 손님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발벗고 나섰다”며 “과거와 달리 채권보상이 이뤄져 증권사들도 경쟁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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