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명분으로 임직원 급여는 삭감
-신규일자리 창출도 지난해 대비 축소
‘잡셰어링’을 위한 고통분담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들이 오히려 등기임원의 보수한도 총액을 높게 설정하는 이율배반(二律背反) 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13일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350억원이었던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550억원으로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등기임원의 퇴직금이 포함돼 일시적으로 보수한도가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퇴직금 액수나 올해 등기임원의 평균연봉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이번에 인상된 보수한도가 어떻게 활용될지 삼성전자 일반 주주와 국민들은 알 수 없게 됐다.
효성도 보수한도를 50억에서 70억으로 상향 조정했다.
효성 측은 “보수한도가 10년 동안 동결돼 이를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효성의 기존 보수한도는 실적 대비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잡셰어링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효성은 아직까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경련 수장사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그룹인 효성이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LG전자 역시 13일 주총에서 보수한도를 35억원에서 45억원으로 높였다.
LG전자 관계자는 “2년 전 크게 줄였던 지급한도액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 굳이 보수한도를 상향조정한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원의 보수한도에 대해 제 3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조직원들의 급여는 물론 복리후생 등을 축소하며 희생을 강조하면서도 조직의 최상위 계층인 등기임원의 보수한도를 높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올해 대다수 기업들은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한도를 축소하거나, 등기임원 수가 늘었음에도 동결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주총을 통해 보수한도를 5억원 축소했다.
LG디스플레이도 134억원에 달했던 보수한도를 85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포스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도 지난해 보수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보수한도 40억원 가운데 28억원 만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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