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봄철이면 극성을 부리는 황사(黃沙)는 중국과 몽골 사막이나 황토 지대에서 발원한다. 하늘에 떠다니던 모래먼지가 상승기류를 탄 후 초속 30m 정도의 편서풍과 제트기류에 실려 한반도로 날아온다. 최초 발원지에서 한반도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일 정도. 미국까지 가기도 한다.
황사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태종 11년 14일 동안 흙비(土雨)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성종 9년 4월에 내린 흙비는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거나 자격 없는 사람이 벼슬을 하는 것의 응보라 해서 범상치 않은 기운으로 기록되어 있다.
산업현장에서 황사는 불청객의 전형이다. 반도체 기기는 물론 항공기 엔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자동차 부품에 눌어붙어 장애를 일으킨다. 여러 가지 기계들도 모래바람 탓에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도통 이로운 것이 없을 것 같은 황사도 쓸모가 있는 구석이 있다. 토양이 산성화하는 것을 막아주고 송충이와 같은 해충을 박멸하는데 효험이 있다. 봄철 황사가 불면 소나무가 잘 자란다고 해서 ‘흙비가 내리면 소나무가 무성해 진다’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황사의 나라 중국이 전 세계 기업들의 블랙홀로 등장했다. 경기 불황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진 기업들을 사들이느라 혈안이 된 것이다. 흡사 황사가 불어 덮치는 형국이다. 국내 증권사에는 기업 인수를 문의하는 소위 견적서가 쌓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 국영 알루미늄공사 치날코가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에 195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중국 최대 금속 무역업체인 민메탈은 세계 2위 아연 광산사인 오즈 미네랄을 1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은 반드시 동티가 나게 마련이다. 급하게 먹다보면 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사실상 손을 턴 상하이자동차다. 기술 유출에 ‘먹튀’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역시 모간스탠리와 블랙스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M&A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가 최근 자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열풍에 한 마디 덧붙였다. 그는 9일 “중국 기업들이 해외 M&A에 열중하고 있지만, ‘저가 인수’ 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M&A는 하되 골라서 하라는 것이다.
지난 5일 원자바오 총리도 자국 기업의 M&A에 대해 한 마디 했다. 그는 “기업의 대외투자와 자원협력 개발, 공사수주, 인수합병(M&A)을 지지할 것이다.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대외투자 루트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M&A를 이용해 밑바닥 수준인 기술력을 한 순간에 끌어올려 보자는 속셈이다. 수십 년 기술격차를 극복하는 데는 M&A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부실 국영기업 40%를 정리해 체력을 키울 예정이다. 견실해진 중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권토중래할 경우 온 세계에 황사 주의보가 내릴 지도 모른다. 사냥꾼의 독화살에는 측은지심이 없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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