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간판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53년만에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박탈당했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에서 GE 주가는 12.7% 오른 데 이어 줄곧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이 동요하지 않은 것은 GE의 신용등급 하락 소식이 결코 놀랄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등급 강등폭이 예상보다 작고 등급 조정이 너무 늦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회사채 등급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간)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독립 신용평가사인 이건존스레이팅스는 GE와 반도체 메이커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저가항공사 제트블루, 백화점 체인 메이시 등 미국 주요 기업 상당수의 회사채 등급이 여러 단계 높게 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션 이건 이건존스 회장은 "GE의 회사채가 쓰레기라는 건 아니지만 S&P가 부여한 'AA+' 등급은 너무 높다"며 GE의 회사채 등급을 투기등급보다 세 단계 위인 'BBB+'로 평가했다.
투자자들 역시 GE의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회사채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하락세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GE 회사채의 CDS는 683bp로 일년 전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이는 투자등급보다 두 단계 아래인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건존스는 S&P가 'B-'로 평가한 제트블루의 회사채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경고하는 'C' 등급을 매겼고 S&P로부터 'BBB-' 등급을 받은 메이시는 'B', 'B' 등급을 받은 AMD는 7단계 낮은 'C'로 각각 평가했다.
제트블루의 경우 부채비율이 250%로 동종업체 평균인 162%를 크게 웃돌고 AMD는 47억 달러 규모의 장기 회사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크다는 게 이건존스의 평가 근거다.
S&P-이건존스 회사채 신용등급(출처:포브스) |
이건 회장은 S&P를 비롯해 무디스와 피치 등 대형 신용 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에 거품이 끼는 것은 기업들이 신용등급 평가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 탓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높을 수록 대출 이자 부담이 작아지는 만큼 기업들 입장에서는 높은 등급을 얻기 위해 신용평가사에 인센티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금난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하기 위해 등급 강등을 꺼리는 신용평가사들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지난 2001년 파산한 미 에너지기업 엔론은 파산보호신청을 내기 나흘 전까지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무디스와 S&P는 등급 기준이 온라인에 공개돼 있는 만큼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데 이해관계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고 단언했다. 양 업체는 또 기업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향후 18~24개월의 신용 전망을 반영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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