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1조1000억 달러를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또 내년 말까지 모두 5조달러를 집행키로 하고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규제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며 회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있지만 '역사적 합의'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특히 재원을 세배로 불리게 된 IMF는 이번 회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반면 금융규제가 강화돼 숨통이 막히게 된 금융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2일(현지시간) 이번 G20 정상회의 승자와 패자는 분명하다며 최대 수혜자는 IMF, 최대 패자로는 금융기관을 꼽았다.
◇"최고 승자는 IMF" = G20 정상들은 IMF의 재원을 기존 2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경기를 되살리는 데 IMF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만 해도 아무도 IMF로부터 돈을 빌리려 하지 않았다. 명성이 추락하면서 IMF는 존폐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IMF는 신용경색으로 고전하는 크고 작은 국가들의 구원자로 떠올랐다. 라트비아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에 이어 멕시코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IMF의 위상이 급부상하자 G20 정상들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까다로웠던 IMF의 지원 조건을 완화하기로 한 데 대해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잘 해냈다" = 미국도 세계 각국으로부터 경기부양 자금 출연에 대한 합의를 얻어 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대신 헤지펀드에 대한 감시와 조세 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프랑스와 독일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프랑스와 독일은 조세피난처 명단공개안이 관철된 데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결과로 전 세계가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캐나다와 호주 등도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으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표명된 데 흡족해 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G20 정상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회담이 내년에 열리는 선거에서 재선이 불투명해진 브라운 총리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권은 죽을 맛" = 특권의 혜택으로 몸집을 불려왔던 금융기관은 이번 회의의 최대 패자다.
G20 정상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은행 경영진의 보너스를 장기 성과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고 경영진의 운용 리스크 책임도 확대했다. 정상들은 아울러 파생상품을 거래해 온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차입 규모를 제한하기로 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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