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새 5번 수정···'추경·4대강' 등 정책 정당화 수단 전락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개월만에 다시 바뀌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8일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1.9%)는 지난해 예산 편성 때부터 헤아리면 다섯 번째로 나온 것이다.
정부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수정예산안을 낼 때는 4%로 낮췄고, 수정예산안에 대한 장관의 국회 답변에서 "3%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또 한 번 낮췄다.
지난 2월 취임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첫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을 -2%로 수정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2.7%, 추경을 반영할 경우 -1.9%로 바꿨다.
당초 재정부는 추경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성장촉진 효과가 있고, 규제완화 등의 효과까지 반영하면 2%포인트 상승해 '0%'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전망치를 낮춘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세계경제 전망이 시시각각 나빠지고 이를 뒤늦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당초 세계경제가 0.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3월에 -0.5%~-0.1%로 수정하고 OECD에서도 30개 회원국이 올해 -4.3%로 성장할 것으로 하향 전망했다.
하지만 윤 장관 취임 뒤 이뤄진 이번 경제 전망 수정은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정부는 추경이 없을 경우의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7%로 낮췄다. 추경을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1.5%포인트에서 0.8%포인트로 낮춰,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은 어차피 불가피할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일단 추경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뒷날 "그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정부가 단기적인 경제 정책 관철을 위해 그때그때 정치적으로 유리한 변수들만 채택해 경제 전망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엔 대규모 감세를 정당화하기 위해 '5% 성장'을 장담했고 수정예산에서는 4대강 살리기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두고두고 논란에 시달렸다. 집권 초기 정부는 '747공약'에 따라 지난해 7%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장담했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5%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장률 논란은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도 부담을 지운 측면이 있다.
윤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마이너스 2%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파격을 연출하며 눈길을 끌었다.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고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정책과 현실이 겉돌았던 1기 경제팀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정부는 추경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마무리되면 올 상반기에는 경제 전망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1분기와 2분기 사이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내년 성장률은 4%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IMF가 이달 말 세계경제 전망을 또 한번 수정할 예정이다. IMF가 세계 금융 부실 규모를 지난 3월 발표한 2조2000억달러에서 4조달러 규모로 늘려 잡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고려하면 이번 전망은 또 한번 하향 수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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