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가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의결정족수를 강화한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 잇따라 명시하고 있다.
2일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법인 970개사 가운데 18.04%에 해당하는 175개사는 M&A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한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26개 사는 올해 들어 이런 내용을 포함시켰다.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코스닥 상장사는 2006년 66개에서 2007년 112개, 2008년 112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초다수결의 대상으론 이사ㆍ감사 해임(154개사)과 선임(30개사), 정관변경(19개사), 이사회 교체(17개사)이 들어갔다.
집중투표제도를 배제해 대주주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회사도 작년 878개사(90.70%)에서 올해 888개사(91.55%)로 늘었다.
이 제도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 수 의결권을 인정하고 이 의결권을 1인 또는 수인 이사 후보에게 집중 또는 분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적대적 M&A 세력이 일시에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이사 수 상한선을 정한 업체도 677개사(69.79%)로 작년보다 2% 증가했다.
적대적 M&A로 퇴임하는 임원에게 거액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해 기업 인수 비용을 높이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2006년 43개, 2007년 79개, 2008년 113개에 이어 올해 124개(12.73%)로 껑충 뛰었다.
해당 상장사는 이사진에 대한 평균 지급 예정액을 대표이사 48억8000만원, 이사 25억6000만원, 감사 19억400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최대 지급 예정액은 대표이사 300억원 이상, 이사 50억원, 감사 30억원 이상이다.
적대적 M&A에 성공하더라도 모든 이사를 일시에 교체할 수 없도록 시차임기제를 도입한 기업도 2007년 6개사에서 작년 8개사로 늘었다.
그러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이런 노력에도 코스닥에서 상당수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적대적 M&A를 당하기보단 오히려 내부적인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
황금낙하산제도를 정관에 규정한 113개사 가운데 11개사가 코스닥을 떠났다.
이 제도를 도입한 회사 가운데 10%가 상장폐지된 꼴이다.
이사해임 결의에 필요한 주식수를 출석주주 90% 이상과 발행주식수의 70%이상으로 한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던 회사 166개사 가운데도 11개사가 퇴출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기업은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황금낙하산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관까지 바꿔가면서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면 경영권이 불안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초다수결의제도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우호적인 M&A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너무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결의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