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자금과 계열사 경영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을 단행, 향후 두산그룹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두산그룹 관련주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일시적 효과를 얻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방위사업체인 두산DTS와 프랜차이즈 운영사인 SRS코리아, 병마개 제조업체인 삼화왕관, 한국우주항공(KAI) 등 4개 계열사 지분을 사모펀드와 손잡고 설립한 SPC에 넘기기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그러나 신설되는 SPC 지분 51%를 확보해 4개사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기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로써 두산은 1천300억원으로 4개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으며, 채권단과 직접 관계된 두산인프라코어는 DTS와 KAI의 지분 매각으로 6천300억원을 확보해 2007년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설의 근간이 돼 온 밥캣의 유상증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두산그룹이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넘김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관련주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김동양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의 추가 증자를 위해 내야 하는 자금 일부를 두산이 부담한 셈이지만 두산의 부담이 크지 않고, SPC가 투자회사 매각 시 현금유입이 기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자회사 지원보다는 지주회사로서의 투자라는 의미가 더 크다"며 "무엇보다 두산그룹의 가장 큰 이슈인 밥캣 증자 관련 불확실성을 없앴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장환 연구원은 "두산은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로 자회사 매각에 성공해 경영 역량에 대한 평가를 제고시켰고, 두산인프라코어의 현금 확보로 밥캣 이슈도 해소됐다"며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
미국계 증권사인 JP모건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위험은 여전하지만 최대 위험은 감소했다며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예상치를 1천180억원 순손실에서 1천290억원 흑자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2만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두산이 이번 구조조정으로 한고비를 넘겼을 뿐 문제의 원인 자체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이투자증권의 정동익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유동성 우려에서는 한발 비켜날 수 있게 돼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밥캣의 지분이 68.1%로 늘어난 만큼 획기적인 실적 개선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분법 손실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증권사인 노무라증권도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재무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는 평가할만 하지만 지속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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